검 "수사지휘로 실체규명" VS 경 "수사지휘와 무관"
  •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찰과 경찰이 갈등하고 있는 가운데 개별 사건의 수사성과를 놓고 양측이 감정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훈)는 27일 동거녀와 다투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박모(3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1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자택에서 '잔소리가 심하다'며 동거녀 김모(40)씨와 싸우다 머리에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처음에 범행을 부인했지만 타살 가능성을 입증하는 부검 결과가 나오면서 추궁 끝에 결국 자백했다.

    김씨의 사인은 단순히 넘어져 발생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외인성 뇌경막하 출혈'(외부 충격으로 인한 뇌경막 사이 출혈)이었다.

    검ㆍ경의 대립은 검찰이 브리핑 자료를 통해 "부검에 소극적이었던 경찰에 대해 검찰이 적극적이고 신속한 수사지휘 덕분에 묻힐 뻔한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부터 불거졌다.

    검찰은 "21일 오전 1차 검시 결과를 보고받을 때 경찰은 피해자가 머리 외에 별다른 외상이 없었으며 살인 동기가 없고 유족도 부검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단순 검시만 하고 내사종결할 것을 의견으로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보고를 받은 의료전담 검사가 사인에 강한 의문을 품고 부검을 하게 함으로써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강동경찰서는 검찰의 이같은 브리핑에 이례적으로 반박자료를 내고 "검사의 전화가 오기 전 이미 피해자를 부검하기로 내부 결정한 상태였다"며 "내사종결하려 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며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로 피의자를 구속한 것"이라고 맞섰다.

    경찰은 "병원으로부터 장기기증 승인 요청을 받은 검사가 전화해 사체상태와 유족반응을 확인했다"며 "담당형사는 사망원인이 외인성으로 나왔기 때문에 '부검하겠다'고 했으며 내사종결하겠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 지휘건의서에서도 부검하겠다고 기재했다"며 검찰 발표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당시 직후 현장감식을 하는 등 초기부터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며 "묻힐 뻔한 사건을 수사지휘로 밝혀냈다는 검찰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같은 반박에 검찰은 즉각 재반박 의견을 냈다.

    김훈 부장검사는 "경찰의 지휘건의서는 검찰의 지휘를 따라 그 이후에 올린 것"이라며 "경찰이 애초부터 부검 의견으로 건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