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경찰이 너무해…직(職)을 걸다니 조폭이냐"警 "치안총수 발언 폄훼에 유감…직원들 분개"
  •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 중인 가운데 27일 검찰과 경찰 수뇌부가 서로 발언을 비판하며 설전을 벌였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날 조현오 경찰청장이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자신의 직위를 건다는 자세로 임하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김 총장은 "국회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경찰이 너무 지나치다"며 "나라와 국민이 아닌 조직만을 위해 직위를 거는 것은 공직자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검 간부들도 "조직을 위해 직(職)을 건다는 건 조폭들이나 하는 얘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관련된 수사권 문제를 수장이 명령을 내려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것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대검은 뒤이어 박용석 차장검사 주재로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전국 검찰청 차장회의를 열고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수렴했다.

    검찰은 앞으로 수사권 조정 등 사법제도 개혁논의에 관해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위해 공청회, 학회 등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경찰 간부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 수뇌부의 발언이 전해지자 경찰이 발끈했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치안 총수가 내부회의에서 조직 현안에 관심을 두도록 당부한 것을 다른 기관에서 폄훼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데 `너무 욕심낸다', `무리한 이야기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은 타당한 이야기가 아니고 적절치도 않다"고 비판했다.

    박 차장은 경찰을 `조폭'으로 비유한 대검 간부의 발언에도 "적절한 (발언) 수준이 필요하고, 용어도 절제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 발언의 수준이나 용어 사용 절제는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경찰 간부들도 "믿기지 않는다", "검찰 고위직이 설마 그런 이야기를 했겠나"라는 반응을 보였고, 한 간부는 "직원들이 `그럼 내가 조폭이냐'고 분개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