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첫 치열한 전투..자유민주주의 수호 소중"
  • 지평리전투는 미군과 프랑스군, 한국군이 병력의 열세에도 중공군의 파생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한국전쟁 10대 전투 중 하나이다.

    지평리전투 60주년을 맞아 27일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리에서 미군과 프랑스군, 한국군 참전용사와 그 가족을 포함해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부 주최로 상기행사가 열렸다.

    당시 미 2사단 23연대 1대대 소속 상병으로 참전했던 찰스 케이스 헌트(Charles Keith Huntㆍ81)씨가 60년 만에 그때 그 현장을 다시 찾았다.

    고령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고 밝은 표정에 목소리도 맑았다.

    헌트씨는 "1950년 11월 함선을 타고 인천항으로 들어올 때 다들 크리스마스 전에 귀환할 줄 알았었다"고 회고하면서 "지평리에서 첫 전투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방어진지 주변을 수색하던 중 아군 진지를 포위한 중공군을 발견했는데 그때가 전투의 시작이었다"며 "낮에는 저격수만 조심하면 될 정도로 조용했지만, 밤마다 1~2시간씩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했다.

    그는 "첫 전투가 벌어진 날은 스물 한 살 생일이었고 무척 추운 날이었다"며 이국 땅에서 경험했던 전쟁의 공포와 혹독한 전장의 겨울을 회상했다.

    그는 "프랑스군 사이렌 소리가 더 컸다"면서 중공군이 공격하면서 불어대던 나팔소리와 최전선의 프랑스군이 울리던 사이렌 소리의 기억을 되살렸다.

    이어 쌍굴터널 탱크 진입로 확보 작전과 지평리전투의 종결자로 등장한 전자중대와 포병대대의 지원작전을 떠올렸다.

    휴전 후 병장으로 전역하고 나서 60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 그는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한국처럼 믿기 어렵게 달라진 나라는 없었다"며 한국의 변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국민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면서 "이렇게 환대해준 한국민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국방부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끌로드 피종(Claude Pigeon)씨를 비롯한 프랑스 참전용사 4명도 참석했다.

    전적비에 열린 합동추모식에 이어 지평면 광장에서는 한국전 전투장비ㆍ유품 전시, 군악대ㆍ의장대ㆍ모듬북 공연, 특공무술 시범 등이 마련됐다.

    지평리전투는 1951년 2월 중공군 4차 공세 때 미 2사단 23연대와 프랑스 대대가 10배 이상인 중공군 3개 사단의 공세에 맞서 승리한 전투이다.

    특히 프랑스대대는 몽클라르 중장이 대대 병력을 이끌려고 스스로 중령으로 강등해 참전해 전투를 지휘했다.

    미군과 프랑스군은 당시 94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됐지만 중공군 5천여명을 사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