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출신의 한 푸른 눈의 노신사가 장애를 앓는 고아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마라톤 걷기 대회를 연다.

    주인공은 전주 모 영어학원 원장인 테리 라이언(Terry Lyons.66)씨.

    캐나다 킹스턴이 고향인 라이언씨는 1998년 가을 사업에 실패한 뒤 전북 전주로 왔다.

    전주 삼천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이 아이들은 부모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있는데 고아들은 어떤 생활을 할까"라는 생각에 전주시내 고아원을 알음알음 알아봤다.

    그가 2007년 전주영아원에서 만난 고아가 박 에스더(8)양이다. 박양은 선천적으로 항문폐쇄로 고통을 받았고, 성장까지 멈춰 호르몬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아야 했기에 더 마음이 쓰였다.

    어떻게 하면 박양을 도울까 하는 생각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후원금을 모으기로 했다.

    마라톤 연습 중 인대를 다쳐 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라이언씨는 뛰는 대신 걸어서라도 박양을 도왔다.

    대회에 참가한 라이언씨는 무릎과 허벅지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계속됐고 가슴이 터질 것처럼 숨이 차올랐지만, 에스더양의 해맑은 미소를 생각하면 도저히 중도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

    고통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꺾진 못했고 라이언씨는 결국 출발점을 떠난 지 6시간 만에 결승점을 밟았다.

    이 같은 라이언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격려전화는 물론 에스더양을 돕기 위한 성금기탁이 잇따랐다.

    전북대 의대 교수와 시민, 학원생 등은 십시일반으로 430만원을 모았고 이 돈은 박양에게 전달됐다.

    이들의 도움을 받은 박양은 상태가 호전돼 올해는 학교에도 진학했다.

    용기를 얻은 라이언씨는 또 다른 희망을 위해 오는 28일 오전 5시 전주 삼천변에서 '사랑의 마라톤 걷기'를 한다.

    박양은 처음엔 파란 눈의 외국인 할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오는 것을 무서워하고 수염이 까칠하다며 꺼렸지만 이제는 제법 그에게 안기고 사랑 표현도 한다.

    라이언씨는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에스더가 낙담하지 않고 희망과 꿈을 가지길 바란다"며 "그녀가 성장할 때까지 계속 도울 생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