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강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80명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들, 딸 같은 학생들을 도우려고 십시일반으로 장학금을 만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서강대에 따르면 서강대 청소노동자 80명은 대학이 개교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자발적으로 `민들레 장학금'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1만~2만원씩 내서 모은 돈은 총 97만원. 청소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쌈짓돈을 꺼내놓은 것이다.

    청소노동자들도 학교의 구성원이자 `한가족'이라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형편이 어려워 학업에 전념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장학금 이름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지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서강대 분회장 박갑심(59.여)씨는 "민들레 씨앗이 퍼져 나가는 것처럼 학생들이 `내가 도움받았으니 나도 돕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마음이 널리 확산했으면 한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을, 두 사람이 네 사람을 돕게 되면 좋은 사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니까 학생들이 어려운 사정도 잘 알지 않나. 잠 못 자고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너무 기특하고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학금은 2, 3학년 재학생 중에서 평균 학점이 C+(2.3점) 이상으로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에게 지급된다.

    지난해 첫 장학금 수혜자는 총학생회가 추천한 학생들 가운데 문과대 신모(21)씨에게 돌아갔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4일부터 `2기 장학생' 신청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10여명이 신청했다. 이중 1명을 선발해 26일 장학금 수여식을 갖는다.

    박씨는 "작년에는 처음이라 97만원밖에 안 모였지만 올해는 벌써 100만원을 넘어섰다"며 "다들 `이런 아이디어를 진작 낼 걸' 하며 아쉬워하는데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고 매년 계속해서 장학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