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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주한 미군이 33년 만에 양심 고백을 했다.
1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주한 미군 기지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했던 스티브 하우스(House)씨는 16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 있는 KPHO-TV와의 인터뷰에서 독극물을 한국 땅에 묻었다고 고백했다.
하우스씨는 "아직도 그날 파묻은 것을 잊을 수 없다. 1978년 어느 날 도시 한 블록 규모의 땅을 파라는 지시를 받고 우리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며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고엽제의 일종)’라 쓰여 있는 드럼통을 묻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파묻은) 55갤런짜리 드럼통은 밝은 노란색이거나 밝은 오렌지 색 글씨들이 쓰여 있었다”며 “그중에는 ‘베트남 지역 고엽제’라고 적혀 있는 드럼통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베트남 정글을 초토화한 독극 제초제 중 하나로 정글에서 적군의 근거지를 제거할 목적으로 사용됐다.
조신일보는 당시 하우스씨와 함께 근무했던 로버트 트래비스(Travis)씨의 인터뷰를 인용, "약 250개의 드럼통이 있었는데, 이를 일일이 손으로 밀고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드럼통에는 ‘화학물질,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표기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고엽제는 현재 15종의 암과 질병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송은 이 지역이 매장된 고엽제로 인해 오염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KPHO-TV는 애리조나주립대 피터 폭스 교수의 말을 인용, “오염된 지하수를 관개에 이용했다면 오염물질이 음식재료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주한 미군이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칠곡군 주민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캠프 캐럴 측이 고엽제를 묻었는지는 당장 확인하기 어렵더라도 그동안 캠프 캐럴이 환경을 오염시킨 사례가 많았기 때문.
19일 칠곡군에 따르면 경북 왜관읍 왜관리에 있는 주한미군부대인 캠프 캐럴은 2004년까지만 해도 비가 오는 날이면 부대에서 외부로 나가는 작은 하천을 통해 기름을 유출했다.
이 하천이 유입되는 낙동강은 대구와 부산 등 낙동강 하류에 사는 주민의 식수원이다. 때문에 칠곡군은 기름이 유출될 때마다 방제작업을 벌였고, 미군 측에 수시로 기름 유출 방지를 요청했다.
캠프 캐럴은 지난 2000년 한국내 미 군무원이 소속된 미연방공무원 노조(NFFE) 측으로부터 석면 오염이 심각하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주한미군측이 기지 내 건물을 철거하거나 수리하면서 대부분 미직장안정청(OSHA)의 기준을 무시한 채 작업을 강행했다는 것이 NFFE 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캠프 캐럴 측은 특별한 조치를 내놓지 않았고 석면 오염 파문은 흐지부지됐다.
이와 관련해 캠프 캐럴 관계자는 “고엽제를 묻었다는 얘기는 처음 접하며 아무것도 확인된 것이 없다” 말했다.
한편, 주한미군 군수지원단이 주축인 캠프캐럴은 1960년 5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에 3.2㎢의 규모로 조성됐다.
캐럴이란 이름은 1950년 한국전쟁 때 큰 공을 세운 미군 제5연대 소속의 찰스 캐럴(Charls F. Carroll)에서 따온것으로 알려졌다.
이 캠프는 대구의 캠프헨리(Camp Henry)에 본부를 둔 미국 주둔군(US Army Garrison)이 지휘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