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에 두 번 신세를 졌습니다."
    서울 수서경찰서 정보보안과 권영철(47) 경위는 일주일쯤 전 퇴근길에 가락동 김치찌개 가게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식당 주인에게 `갑자기' 붙들렸다.

    종종 식사를 하러 들르면서 얼굴을 익힌 주인 임창수(51)씨가 권 경위를 앉혀놓고 마음에 담아뒀던 경찰에 대한 고마움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임씨의 사연은 이랬다.

    서울 면목동에서 팔순 노모를 모시고 사는 임씨는 지난 3월 어느날 밤 퇴근길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기억력이 쇠하고 귀가 어두워 휴대전화 벨소리도 잘 못듣는 어머니가 `마실' 갔다가 밤 10시가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는 가족의 다급한 전화였다.

    전에도 집 근처에서 두어 번 길을 잃은 적이 있는 터라 겁이 난 임씨가 휴대전화를 걸어보니 수화기 너머로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안동 거리를 순찰하던 경찰관이 길가서 헤매는 어머니를 발견해 보호하고 있다가 전화를 받은 것이다.

    임씨는 어머니를 택시에 태워도 집에 찾아오지 못할 것 같아 집까지 모셔달라고 부탁했고 경찰관은 흔쾌히 순찰차를 몰아 어머니를 면목동 집 앞에서 내려줬다.

    집에 도착하니 순찰차는 이미 와 있었고 새까맣게 타들어가던 가슴을 쓸어내린 임씨는 고맙다는 말도 못 건넨 채 어머니를 모시고 집에 들어갔다.

    지난달 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밤늦게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찾으려고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119에 위치 추적을 요청하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곧 "어머니가 혜원사거리 근처에 있다. 우리도 같이 찾아보겠다"는 경찰관의 전화가 왔다.

    임씨는 경찰관과 계속 연락하며 면목역 근처 `엉뚱한' 곳에서 할머니를 찾던 딸을 혜원사거리 쪽으로 보내 어머니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이야기를 풀어놓고서 "안도감에 경황이 없어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못했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고 권 경위는 "경찰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연을 올리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식당을 나섰다.

    며칠 후 식당을 다시 찾은 권 경위의 손에 임씨가 편지 한 장을 쥐어줬다. 그는 인터넷을 할줄 몰라 손으로 직접 썼다며 고마움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임씨는 편지에서 '펜을 들게 된 사연은 경찰관들께 고마움의 표시를 못하고 이제야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하고저 이렇게 늦게나마 글을 써봅니다'라며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순찰차에 태워 면목동까지 모셔온 그 경찰분께 진짜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그리고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그 일대를 추적하고 우리 딸에게 위치를 알려줘가며 같이 해준 그분께도 너무 고맙습니다 (…) 제 어머니를 위해 고생하신 그분들께 다시 한번 친절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국민의 손발이 되어주시는 경찰분들께 앞으로 많은 영광과 행운이 깃들기를 빌며…'라고 한 장짜리 편지를 마쳤다.

    글씨는 비뚤비뚤하고 군데군데 틀린 글자를 가로로 여러 줄 그어 지운 곳도 있었지만 편지를 전하는 임씨의 표정에서는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이 느껴졌다고 권 경위는 전했다.

    권 경위는 "마음이 굉장히 따뜻했고 경찰이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웃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며 "임씨가 어머니를 찾는 데 도움을 준 경찰관들을 찾아서 편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