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유통 파문 이어져 소비자들 불안 우유·분유·만두·당면·콩나물...총체적 부실
  • 중국에서 고질적인 식품 유통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어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후난성 장사시 우펑촌에서 결혼 연회에 참석했던 주민 200여 명이 잔치 음식을 먹은 뒤 구토 등 집단 식중독 증세를 일으켰다.

  • ▲ 중국 음식 파동.ⓒ이중기
    ▲ 중국 음식 파동.ⓒ이중기

    현지 위생당국이 식중독 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주민들은 단순히 상한 음식 탓이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된 불량 식품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독(毒) 우유

    이에 앞서 지난 22일 중국의 유명 유제품 업체인 멍뉴에서 생산, 공급한 학교 급식용 우유를 마신 산시(陝西)성 위린(楡林)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 250여 명이 설사 등 식중독 증세를 일으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위생당국은 우유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4월에도 산시성 시안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멍뉴의 학교 급식용 우유를 마신 초등생 18명이 구토 등의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은 위중한 상태였다. 시안시 위생당국은 당시 문제의 우유를 수거, 검사를 벌였으나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멍뉴는 매일 중국 전역에 245만 개의 우유를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하는 업체. 이번 사건 후 멍뉴 측은 "공복에 우유를 마실 경우 설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간쑤성 핑량시 쿵둥구에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우유를 사서 마신 39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 중 영유아 3명은 사망했다.

    당시 수사에 나선 현지 공안당국은 납품 경쟁을 벌이던 이 지역의 영세 우유 생산업자가 아질산염을 주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을 구속했다.

    중국에선 지난 2008년 기준치를 초과한 멜라민 분유가 대량 유통돼 영아 6명이 숨지고 30만 명이 신장 결석 질환을 잃은 사건이 발생해 중국 전역을 큰 충격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멜라민 분유는 계속 적발되고 있다.

    중국에서 일어난 식품 유통 파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황 생강
    지난 15일 후베이성 이창시 식품단속반은 채소도매시장에서 유황으로 훈제해 고급 생강으로 둔갑시킨 도매상 2곳을 적발했다.

    적발된 도매상들은 저질 생강을 물에 불린 뒤 유독성 화공원료인 유황으로 훈제해 고급 생강처럼 꾸며 고가에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량 만두

    지난 11일 상하이 식품 유통업체인 성루식품이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색소를 첨가한 가짜 옥수수 만두 등 불량 만두를 대량 유통해왔다고 폭로, 유통업자 5명이 구속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성루식품은 흰 밀가루에 색소를 섞어 가짜 옥수수 만두를 만들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만두를 수거해 재가공해서 되팔았다.

    또, 실제 제조일이 아닌 판매점 입고일을 생산된 날짜로 표시하거나 감미료나 방부제 등 첨가제를 쓰고도 표시하지 않았다.

    독(毒) 돼지고기
    지난 달에는 고급육으로 인식돼 인기리에 팔렸던 돼지고기 '젠메이주(健美猪)'가 금지약물인 클레부테롤과 렉토파민을 섞은 이른바 `살코기 에센스'를 먹여 키운 돼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산시성 시안 일대 음식점들이 유해 화학조미료를 돼지고기 등에 첨가, 값비싼 소고기로 둔갑시켜 판매해온 사실이 현지 언론에 의해 밝혀지는 등 최근 들어 중국에서 유해 식품 파동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독(毒) 콩나물

    지난 18일 중국 선양 위홍구의 한 불법 콩나물 제조업체가 선양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 적발 당시 공장의 작업장 내부는 화학 약물냄새로 가득찼고 바닥에는 구정물이 흐르고 있었다.

    작업장에 켜켜이 쌓인 200상자의 콩나물들은 뿌리털 제거제와 성장촉진제, 방부제에 절여진 후 독성제거제로 씻겨지고 마지막에 표백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 물질로 '미용 성형'을 완료한 이 콩나물들은 호텔과 가정집 식탁에 그대로 올려졌다고.

    이날 경찰은 '독성 콩나물'을 모두 압수하고 독성 콩나물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는 12명을 체포했다.

    파라핀 당면

    지난 21일 광둥성 중산시질량기술감독국(中山市质监局)에서 식품업체인 샹밍식품을 조사한 결과, 옥수수 전분에 잉크, 파라핀 등을 대량 섞어서 가짜 고구마 당면을 만들어온 사실이 적발됐다.

    파라핀은 섭취 시 복통, 설사 등 소화기관에 질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기억력 감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공업용 원료다.

    조사에 따르면 문제의 공장은 옥수수 전분에 유독성 공업용 원료인 파라핀과 식물 첨가가 금지된 화학 염료 등을 사용해 홍갈색을 띠는 당면으로 제조한 뒤, 가격이 비싼 고구마 당면으로 속여 판매해 막대한 부당 이득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끝이지 않는 가짜 음식 파동으로 몸살을 않고 있는 중국은 최근 원자바오 총리와 리커창 부총리가 직접 나서 불량 식품을 근절을 위해 강력한 단속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국은 인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물질이나 유해물질인 음식첨가 금지된 47종을 식품에 첨가하면 최고 사형까지 받을 수 있도록 식품안전 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며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의 불량 식품 문제는 총체적 부실의 산물이기에 하루 아침에 안전성이 높아 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이 408만명으로 최다인 것으로 나타나 한국 관광객의 피해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