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개 학교 중 서울우유 거부한 3개 학교 보조금 중단“구청과 서울우유 무슨 관계냐” 반발 확대
  • “이런 말도 안되는 처사는 교직에 몸담은 20년 동안 처음 겪었다.” 서울시 중랑구 S 초등학교 교감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남들 다주는 예산을 우리 학교만 왜 주지 않는가? 그것도 태연하게 서울우유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는 중랑구가 과연 관공서인지 의문이다.”

    S 초등학교는 올해 중랑구청에 특화된 교육 과정을 설립하겠다며 예산 4754만원을 신청했다가 황당한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구청 보조금 대상에서 누락된 이유는 단 하나.

    학교 우유급식을 하면서 지역 업체인 서울우유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일선 학교에서 가장 소중한 돈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지원금이다.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돈은 일반적으로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필요 경비를 충당하는데 쓰인다. 하지만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은 학교별로 내세우는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해 선별하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지원 여부에 사활을 걸게 된다.

    이 때문에 보조금을 받지 못한 S초는 준비한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하지 못하고 전면 중단한 상태다.

  • ▲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의 우유급식 모습 ⓒ 연합뉴스
    ▲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의 우유급식 모습 ⓒ 연합뉴스

    중랑구 관내 78개 유·초·중·고등학교 중 서울우유를 납품 받지 않는 곳은 총 6곳. 중랑구는 올해 편성된 60여억원의 학교 지원사업을 집행하면서 이들 중 3학교를 대상에 제외시켰다. 나머지 3학교는 “서울우유를 앞으로 받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대상에 포함시켰다.

    S초 등 3학교가 타 업체를 선정한 이유는 별다른게 없다. 학부모 위원회에서 직접 시식해본 결과 더 맛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랑구는 지역 업체를 살리기 위한 구청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당연이 예산을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중랑구에 본사를 두고 장학기금도 내는 서울우유를 선택해달라는 협조 공문까지 돌렸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랑구 교육지원과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교장 선생님들에게 지역기업 살리기에 대해 협조를 구했다”면서 “교육경비 보조금은 꼭 줘야 하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인센티브이므로 구청 사업에 협조하지 않는 학교를 지원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침에 당연히 보조금 대상에서 누락된 학교들은 반발하고 있다. 보조금을 받지 못한 J초등학교 관계자는 “구청이 왜 우리에게 특정 업체 우유를 받으라고 강요하는지 모르겠으며 과연 그럴 권리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구 공석호 시의원도 “문병권 중랑구청장이 생각하는 획기적인 교육예산 지원이 평등권을 무시하는 차별정책이냐”며 “지난 해 중랑구가 서울시 자치구 교육지원사업 최우수구에 선정된 것이 무색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