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리 맡은 매형, 유용 숨기려다 모두 압수돼
  • 전북 김제의 밭에서 사라졌다는 거액의 도박 수익금 사건은 유용한 3억원을 남에게 덮어씌우려던 어설픈 연극 때문에 이틀 새 나머지 24억원을 모두 압수당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9일 전북지방경찰청과 김제경찰서에 따르면 매형 이모(53)씨가 수감 중인 처남 이모(44)씨로부터 27억원의 관리를 요청받은 것은 2009년 4월이다.

    처남 이씨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거액을 벌어들인 뒤 매형 이씨에게 돈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처남 이씨는 도박개장죄로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다음 달에 출소할 예정이다.

    거액을 넘겨받은 이씨는 작년 6월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의 밭 990여㎡를 사들인 뒤 27억원 모두를 플라스틱 김치통 7개에 나누어 넣고 밭 서너 곳에 묻었다.

    경찰에서 이씨는 "그동안 전주에 있는 집에다 보관했는데 너무 불안해서 밭을 산 뒤 깊숙이 묻어뒀다"고 진술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씨는 돈 욕심이 생겼고, 이 가운데 4억원을 빼돌려 최근까지 2억9천500만원을 생활비로 썼다.

    급한 마음에 적지 않은 돈을 썼으나 갚을 방법은 없었고 처남의 출소일은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씨는 이 돈을 도난당한 것처럼 꾸미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지난 2월 자신의 밭 경계지점에 있던 매화나무를 캐낸 중장비 운전기사 안모(52)씨가 생각났다.

    매형 이씨는 안씨에게 덮어씌우기로 하고 안씨를 찾아가 "땅에 묻어둔 거액이 사라졌는데, 작업하다가 보지 못했느냐"고 따져 물었고, 안씨는 자신에게 쏠리는 의심을 풀고자 지난 8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안 매형 이씨는 같은 날 황급히 10억원을 추가로 파내 아들(25)에게 맡겨뒀다.

    이후 경찰은 현장 수색에 나섰고 당일 오후 6시30분께 매형 이씨의 밭에서 김치통에 들어 있는 현금 3억원을 발견했다.

    이때까지도 매형 이씨는 경찰에서 "숨겨둔 돈은 모두 17억원인데, 10억원은 개인적으로 썼고 7억원은 행방이 묘연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집중적인 추궁을 받자 이씨는 9일 새벽 "사실 숨겨둔 돈은 27억원이며, 4억원을 찾아 이 가운데 2억9천여만원을 썼고, 나머지 10억원은 아들에게 맡겼다"고 다시 진술을 바꿨다.

    그러면서 "남은 10억원은 제3의 장소로 옮겨놓았는데, 말해줄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경찰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매형 이씨는 "10억원은 밭에 묻어뒀다"고 실토했다.

    자백이 나오기 직전인 오전 11시40분께 경찰도 중장비를 동원해 이씨의 밭을 파헤친 끝에 이 돈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매형 이씨의 밭에서 지난 8일 찾아낸 3억원과 이씨 아들이 가지고 있던 10억원, 이씨가 빼돌린 4억원 가운데 쓰다 남은 1억1천여만원, 9일 이씨 밭에서 추가로 발견한 10억원 등 모두 24억원을 범죄수익금으로 보고 압수했다.

    결국, 매형 이씨의 어설픈 잔꾀 때문에 땅에 묻힐 뻔한 도박 수익금 27억원의 실체가 모두 드러나고 그 대부분이 국고로 귀속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김제경찰서 문대봉 수사과장은 "3억원을 욕심내다가 24억원을 압수당하고 법적 처벌을 받게 됐을 뿐만 아니라 처남을 비롯한 가족과의 관계도 크게 틀어지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