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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외(敬畏)라는 말은 한국말 사전에 공경하고 어려워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말로 자연을 경외해야 합니다. 요즈음 우리는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소식을 미디어를 통해 연일 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생긴 사상자가 수만 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가옥과 공장 그리고 사무실과 상점건물들이 쓰나미로 휩쓸려가기도 하고 화재로 파괴되었으며 이 재앙의 발원지에 가까운 도시는 그 자취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살아난 사람들 중에는 가족을 잃고 생업도 잃게 되어 앞길이 막막할 것이며 또 부모를 잃은 고아들은 얼마나 생겨날지 지금은 예상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60년 전 우리나라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되었을 때, 세계 제2차 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한반도의 전쟁에서 반사이익을 보게 되어 경제가 살아나게 되었으며 결국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여러 해 동안 이 자리에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들어 그 자리를 중국에 내어 주면서 그들이 영위해 오던 경제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은 점점 그 빛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 발생한 대지진은 1945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것 보다 더 큰 피해를 받게 되어 이들의 사회와 경제가 언제 재건될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인명피해는 그 당시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말로 남의 일 같지 않으며 이번 이 청천벽력같은 참변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 세상은 이들의 명복을 빌며, 살아남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는 그들에게 많은 피해를 당했지만, 지금 가족과 집을 잃고 공포 속에 떨고 있는 우리 이웃에게 이 기회를 통해 과거의 그러한 감정을 털어버리고 그들의 울음에 같이 울고 그들의 고통에 함께 동참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지진과 쓰나미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과거의 잘못으로 이러한 재앙이 그들에게 닥친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자연재앙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재앙을 당한 일본인들은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침착하게 질서를 지켰으며 심지어는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도 흐트러짐 없이 지도교사의 인솔 하에 줄을 맞춰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TV를 통해 보았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 이러한 재앙이 있을 때면 일부 나쁜 시민들은 상점 문을 부수고 들어가 상품들을 약탈해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이러한 광경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조용히 줄을 서서 자기차례를 기다렸고, 생수 배급하는 곳에서도 긴 줄을 지어 조용히 자기차례를 기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욱이 가족의 즉음 앞에서도 땅을 치고 통곡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정부를 원망하는 사람들도 보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미디어도 해변에 떼로 떠다녔을 법한 시체더미와 건물에 깔려 있었을 많은 시체들을 사진으로 찍어두었겠지만, 이것을 신문이나 TV에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광경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공포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보도를 자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인간적인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미디어들도 이러한 배려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보여 준 이들의 침착성과 정직성은 이들이 선진국 국민임을 다시 인정받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힘은 자연의 힘을 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번 참사를 통해 한 번 더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 앞에서의 인간의 왜소(矮小)함도 재확인 되었습니다. 성경에는 이 자연을 만든 이가 하나님 혹은 하느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분의 약한 힘이라도 인간의 강한 힘보다 더 강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번에 우리는 이를 눈으로 확실히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간은 자연을 거역하거나 이길 수 없습니다. 인간의 두뇌가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자연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그 순리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그 앞에서 겸손해야 합니다. 그리고 막강한 자연을 경외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우리가 발명한 과학과 기술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교만으로 지구를 파괴하고 괴롭혀 왔습니다. 우리는 자연이 무상으로 주는 햇볕과 공기 그리고 물을 고마워해야 합니다. 이것들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하며 우리는 이를 이용해 농토에서 식량을 공급 받아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이 주는 이러한 혜택에 고마워하고 이를 아끼고 공해를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이 재앙으로 이곳 원전들이 폭발함으로 방사선 물질이 방출되었다고 하니 이에 노출된 사람들은 나중에 병을 얻게 될 것이며 이 지방의 농토는 앞으로 오랫동안 농사를 지을 수가 없게 되어 더욱 더 안타깝습니다.
이 절박한 때에 우리나라의 관(官)과 민(民)이 위기에 처한 일본에 아낌없는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는데 보기도 좋고 감사한 일입니다. 이번 이 기회를 통해 과거의 모든 나쁜 감정을 버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