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괴범에 납치당한 자식들  

     영혼이라는 것은 있는가 없는가? 죽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영혼을 그냥 혼(魂)이라고 말해서 그것을 ‘제 정신 차린’ 상태라고 말할 경우엔 그건 분명히 있다. ‘얼빠진’ 상태가 분명히 있듯이. 개인, 집단, 사회, 국가는 다 ‘제 정신’ 있는 상태와 그렇지 못한 상태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갈등은 바로 그 ‘제 정신’을 둘러싼 싸움이다. 1980년대 이래 일부 세력은 민주화 운동을 하이재크(hijack) 해서 그것을 자유민주주의 구현이라는 본연의 운동에서, 반(反)자유민주주의-반(反)대한민국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변혁’으로 견인하려 했다. 그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었고, 그 후 10년간 그런 세력은 대한민국의 권력중추에까지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이 ‘성공’을 낳은 한 중요한 ·싸움이 다름 아닌 정신의 싸움, 사상의 싸움, 문화의 싸움, 역사인식의 싸움, 영혼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였다”고 세뇌한 ‘역사 공작(工作)’이었다. 청소년들의 영혼 즉 대한민국적인 ‘제 정신’을 빼내고 그들을 연공파(聯共派)의 좀비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혼 빼기의 주문(呪文)이 좌파 민족주의 사관(史觀)이었다. 이 사관으로 좀비들은 ‘우리민족 끼리’라는 허울의 좌우합작(合作) 통일관(觀)에 이르도록 최면 당했다.

      좌우합작 통일관은의 골수는 대한민국의 국방력(國防力) 해체, 대한민국의 국가성(國家性) 해체,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 폐기, 민중민주주의 혁명권력 수립, 그리고 그것과 김정일이 합치는 것을 말한다. 평양 주도의 통일전선 전술의 각본에 따라-. 이걸 때로는 아주 완곡한 방법으로, 때로는 아주 노골적인 방법으로 써 갈겨 놓은 역사책들이 책방 서가(書架)를 메뚜기 떼처럼 덮쳐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청소년들을 유괴범들에게 납치당했다. 그 좀비들의 ‘제 정신’을 다시 불어넣어 그들을 주술에서 깨어나게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할 판이다. 새로운 역사교과서가 나와 전보다는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유의 개념이 빠져 있다”는 게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개탄이다.

      우리 식구, 우리 자식이려니 하고 한 지붕 아래서 살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 알고 보니 대한민국은 잘못 태어난 나라던군요, 그리고 아버지도 그 밑에서 빌부터 먹은..,.?” 하면서 갑자기 남이 돼버린 섬뜩함-이게 우리 현실이라면 그건 너무 기막힐 노릇 아닌가?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