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전국 251곳 중학교 대상 조사 국․영․수 수업시간 늘리고, 기술․가정은 ‘찬밥’
  • 일선학교에 과목별 수업시수의 20%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한 결과 전국 중학교의 국․영․수 3과목에 대한 편중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국교총이 전국 251개 중학교의 교과편성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영어의 경우 179곳이 수업시수를 기준보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은 130곳, 국어는 20곳에서 수업시수를 기준보다 늘렸다. 반면 조사대상 중학교 중 국․영․수 3과목의 수업시수를 기준보다 줄인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국․영․수 과목의 수업시수가 늘어난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의 수업시수는 오히려 줄었다. 선택과목과 기술․가정 과목을 줄인 학교가 가장 많았으며 도덕, 사회․역사, 과학, 음악․미술, 체육 순으로 수업시수가 줄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공통공통기본과목(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학교 정규수업)의 20% 내에서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한 ‘2009 개정 교육과정’ 시행 이후 학교 현장의 국․영․수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과부가 일선학교에 과목별 수업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한 이유는 개별학교의 여건과 실정에 맞는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회복하라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는 학교현장이 교과부의 ‘순진한’ 바람과는 달리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속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정책의 수립과 실현에 있어 교과부와 학교현장 사이의 ‘소통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당국자들이 정책을 입안하면서 학교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두고도 교과부와 학교현장은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교과부는 “사교육 비중을 줄이기 위한 일선학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예체능 과목은 기준시수를 준수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학교현장의 이야기는 다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국․영․수 과목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예체능을 비롯한 비인기과목은 수업시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학력은 높일 수 있겠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인성교육은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