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방사능에 대한 공포감으로 ‘상식 이하의 광고성 괴담’까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괴담’이 정부, 언론에 대한 불신과 원전사고에 대해 무지한 언론들의 보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기 검색어 ‘방사능’
지난 12일 후쿠시마 원전 외벽 폭발 이후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인기검색어에서 ‘일본원전’ ‘방사능’ ‘한국 방사능 피해’ 등과 같은 검색어가 계속 오르내리자 몇몇 네티즌들이 자신의 블로그나 커뮤니티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온갖 ‘괴담’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대부분의 괴담은 ‘방사능에는 청산가리, 염산 등이 섞여 있다’거나 ‘한국도 위험하다는 언론보도를 봤다’는 건 그나마 애교 수준. ‘방사능비를 맞으면 이렇게 변한다’며 핵폭탄 피폭자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자 사진을 올려놓고 겁주는 블로그와 커뮤니티도 넘쳐나고 있다.
겁먹은 어린 학생들은 포털 지식검색서비스에 ‘방사능 유출’과 ‘방사능 한국 영향’ 등의 키워드로 질문을 올렸다. 여기에 또 다시 잘못된 정보를 가진 자들이 나와 자신의 블로그 주소에 링크를 거는 등의 ‘낚시질’을 했다. 어떤 이들은 이것도 모자라는지 ‘방사능 유출 시 몸에 좋은 음식’이라며 특정 상품을 홍보하거나 ‘방사능을 씻어내는 특효 비누가 있다’는 등의 ‘광고성 괴담’까지 확산시키고 있다.한편 SNS에서는 ‘일본 원전폭발의 낙진이 곧 한국으로 온다고 국제기구에서 이야기했다’ ‘내가 해외 사이트(또는 언론보도)에서 봤는데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국민들의 안전은 신경 쓰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정부 비판 메시지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괴담’들이나 ‘괴담에서 인용된 보도’들은 대부분 신빙성이 없다. SNS에서 떠도는 소문들과 인용한 언론보도 또한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방사능’의 실체
방사능의 위험성은 방사선, 즉 방사성 물질이 뿜어내는 중성자가 신체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청산가리, 염산 등 화학적 성질과는 거리가 멀다.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과 만난다고 해서 방사능에 오염되지도 않는다. 지금 일본의 방사능 오염 상황은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원전 냉각작업’에 참가한 사람이 아니라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었다 해도 옷을 털거나 씻으면 별 문제가 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방사능이 축적되는 걸 막아주는, 또는 방사능 피폭을 예방하는 음식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비타민, 녹차, 와인이 방사능 물질이 신체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특효 제품이 있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다. 지난 며칠간 마치 ‘만능통치약’처럼 여겨지는 요오드 약품도 사실은 방사능 물질을 모두 막아주는 게 아니라 ‘요오드 131’ 등과 같은 일부 물질의 축적을 막는다는 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이 ‘원전 수소폭발’을 ‘수소폭탄 폭발’과 착각하는 것도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의 ‘수소폭발’은 ‘수소가스 폭발’을 의미한다. 이 수소가스는 핵연료봉 주변을 채우고 있던 물이 원전의 제어가 되지 않아 온도가 수백수천 도까지 올라가면서 ‘수소+산소’로 나뉘게 되고, 이 수소가 조금 식혀지자 다시 산소와 반응하면서 폭발하는 현상이다. 이를 잘 모르는 네티즌들이 ‘수소폭발’이라는 단어를 듣자 ‘수소폭탄 폭발’과 헷갈려 하고 있는 것이다.
무분별한 보도하는 언론, 반정부 정서로 인한 불신이 ‘괴담’의 가장 큰 원인
이 같은 문제들이 생기는 원인은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다.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으로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늘 뒤처리만 했다는 걸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정부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괜찮다’ ‘우리는 이미 대비가 다 되어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막상 일이 터지면 모두 국민들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 왔다. 때문에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불신은 갈수록 심해져 ‘정부의 발표는 뭐든 믿을 수 없다’는 정서로 나타나고 있다.
언론 문제도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포털이 언론과 여론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언론은 어떻게 해서든 포털 인기검색어에 맞춰 보도를 하려 한다. 한편 방송은 좀 더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자 한다. 이런 언론 성향 때문에 일부 언론들은 ‘괴담’을 이용한 ‘낚시질’을 계속 하고, 방송도 시청자를 자극하기 위해 뭔가 공포스럽거나 긴박한 느낌을 주려 노력한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괴담’이 ‘언론발’로 확산되는 것이다.
그 결과 ‘진짜 전문가’들이 ‘현재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아무리 말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해도 괴담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 문제를 한 번 짚어보는 게 어떨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