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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진학률은 가장 높고 전문대 진학률은 가장 낮다?’
9일 발표된 지난해 시도별 대학진학률 분석결과, 사교육 밀집지역의 ‘재수’ 관행과 지방 및 전문대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와 이투스청솔학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92.3%)이었으며 가장 낮은 곳은 서울(62.8%)이었다. 울산과 서울의 대학진학률 차이는 거의 30%에 달했다. 제주(89.6%), 경남(89.2%), 경북(87.3%), 강원(87.2%) 등도 대학진학률이 높았다. 반면 경기(77.8%)와 인천(77.4%)은 나란히 14~15위를 기록해 서울과 함께 최하위에 처졌다.
4년제만을 대상으로 한 진학률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의 약세는 그대로 이어졌다. 서울의 지난해 4년제 대학진학률은 채 40%를 넘지 못했다(39.9%). 경기(49.4%)와 인천(49.0%)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서울지역 자치구별 진학률은 시도별 진학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4년제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였다. 서초(6위)와 송파(8위)도 다른 구에 비해 비교적 높은 4년제 대학진학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년제를 포함한 전체 대학진학률은 이들 지역이 가장 낮았다(강남구 23위, 서초구 24위, 송파구 25위).
이같은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교정보 공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의하면 2009년 서울 강남구의 전체 대학진학률(2년제+4년제)은 53.4%였다. 그러나 강남구 소재 일반계고등학교의 학교별 전문대 진학률은 평균 9.4%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았다(서울 전체 22.6%).
입시전문가들은 강남 3구의 ‘재수’관행과 지방 및 전문대 기피현상이 이런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 최고의 사교육밀집지역 고3생들이 선호도가 높은 서울시내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 차선책으로 지방대나 전문대로 진학하지 않고 재수를 택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대와 전문대에 대한 기피현상이 타 지역보다 심한 것으로 나타나 대학 ‘간판’에 대한 편견이 더욱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 지방 및 전문대 기피현상이 사교육 수요와 맞물리면서 강남지역의 사교육을 심화시키고 고교진학시 강남 쏠림현상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학교와 교육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녀의 적성과 자질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간판’에만 집착하는 경향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공립고 교장은 “학교마다 특성화학부에 대한 지원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등 대학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간판과 전통보다는 특성화 현황 등을 꼼꼼히 살피고 학생의 장래를 고려한 진학지도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뿌리깊은 인식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공립고 교장은 “입학때부터 학생의 소질과 적성, 잠재력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진학상담을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고3이 돼 학교를 선택할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며 “학부모나 학생들의 선택기준은 아직도 내실보다는 ‘간판’에 치우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