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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서울지역 자율고(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재학생들의 전학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일선학교를 대상으로 한 취재결과 2일부터 5일사이 자율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은 모두 59명이다. 특히 작년 고교입시에서 스스로 자율고를 선택해 진학한 신입생이 대부분을 차지해 자율고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학교당 전학자는 2~4명 정도지만 많게는 10명이 넘는 곳도 있었다. 전학자가 한 명도 없는 학교는 서울 전체 자율고 27곳 중 3곳에 불과했다.
새학기 시작부터 자율고 전학러시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자율고 외면’에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자율고가 기대만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대학진학률에 있어서도 일반고에 비해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고의 3배가 넘는 등록금을 받으면서 ‘차별화’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눈여겨 볼 것은 지역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지역의 자율고 전학생 수는 강북지역 자율고의 전학생 수보다 훨씬 적다. 더 중요한 것은 전학의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강북지역 자율고의 전학이 일반고와의 차별화 실패에 따른 ‘외면’에 주된 이유가 있다면 강남권 자율고의 전학은 치열한 성적경쟁으로 인한 부담이 주된 이유이다. 학교가 마음에 안 들어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 ‘내신부담’이 주된 이유라는 점이다.
오히려 강남권 자율고는 일반고로 전학하는 학생보다 일반고에서 자율고로 전학을 오려는 학생이 더 많다.
강남의 한 자율고 교장은 “미대에 진학하기 위해 전학을 한 학생과 내신에서 불리한 등급을 받을까 우려한 학생이 전학을 한 예가 있지만 그 외에는 전학생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대, 연고대 등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강남권 자율고와 강북지역 자율고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특히 강북지역의 신생 자율고들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교과부가 무더기 신입생 미달사태를 빚은 자율고를 살리기 위해 ‘워크아웃’제까지 들고 나왔지만 이들 자율고가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시간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교과부의 과욕’이 자율고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지역에서 선호도가 그리 높지 못한 학교를 새로이 자율고로 지정하면서 무더기 미달사태를 자초해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자율고로 지정된 학교 인근에 새로이 자율고를 지정하면서 가뜩이나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율고에 대한 관심을 떨어트렸다는 지적도 있다.
강서지역의 한 사립고 교감은 “인근에도 자율고가 새로 지정됐지만 오히려 (신입생)경쟁률이 우리만 못했다”면서 “학생들의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은 학교는 자율고로 지정되더라도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 자율고과 강북지역 자율고 사이의 ‘양극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더기 미달사태를 빚은 자율고와 전학률이 특히 높은 자율고에 대해 해당 학교의 일반고 전환을 적극 지원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