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범 가능성 커, 택시기사들 '불안'
  •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최근 6개월간 택시 강도 사건이 다섯 차례나 일어났지만 아직 범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범행도구와 피해자들이 진술한 인상착의가 비슷한 것으로 미뤄 동일범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단서는 잡지 못하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오후 10시30분께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김모(60)씨의 개인택시에 타고서 강도로 돌변, 현금 30여만원과 현금카드를 빼앗았다.

    괴한은 서초구 내곡동 시립어린이병원 앞에서 김씨에게 흉기를 들이대고 검은색 테이프로 손목을 묶고서 현금 등을 챙긴 뒤 직접 차를 몰았다.

    괴한은 강남구 도곡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김씨에게 "가만히 있으면 해치지 않겠다"고 말하고서 택시를 버려두고 달아났고, 김씨는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괴한이 광진구 지하철 건대입구역 앞에서 택시를 타 경기 양평군에 가서 현금 등을 빼앗은 뒤 서울로 돌아와 달아나는 등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와 광진구 등지에서 택시 강도 사건이 모두 다섯 차례 일어났다.

    경찰은 범행 도구와 수법, 피해자들이 진술한 인상착의 등으로 미뤄 이들 사건 모두 동일범의 소행일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일 밤 괴한이 빼앗은 카드로 강남구의 현금인출기 두 곳에서 돈을 인출할 당시 찍힌 CCTV 화면을 확보했지만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 대부분을 가려 신원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비슷한 수법의 강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택시기사들은 한밤에 젊은 남자를 안 태우려 하는 등 두려움에 떨고 있다.

    택시기사 우모씨는 "강도가 나이 좀 있는 기사들이 모는 택시를 골라 타고 서울 변두리 으슥한 곳으로 가서 현금과 카드를 빼앗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료끼리 모이면 몸조심하라고들 얘기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범인이 추적을 어렵게 하려고 일부러 서울 한복판에 택시와 기사를 버려두고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며 "동종 범죄 전과자를 중심으로 탐문하는 등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