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유럽行 불법이민 통제 협조 중단" 위협
  • 정예부대와 민병대를 투입해 반(反) 정부 민주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리비아 정부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유혈진압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리비아는 EU가 자국의 반정부 시위를 고무한다면서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불법이민을 통제하는 데 협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이하 외교대표)는 20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실무만찬에 참석하면서 "우리는 줄곧 자제를 요구했으며 이러한 요구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폭력을 종식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비아에서 과격 시위가 발생했다는 전언은 거의 없는 반면, 정부가 정예부대와 민병대를 투입해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한다는 논란이 거센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리비아 정부의 유혈진압 자제를 촉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베르너 호이어 독일 EU 정책 장관은 "리비아와 (주변의) 다른 국가 당국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깊은 우려와 노여움 속에 주시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21일 EU 외무장관회의에는 참석하지만, 이날 실무만찬에는 불참한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제사회는 리비아 정부의 행위를 비난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국제적인 압박을 가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정례 EU 외무장관회의에서는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 고위 인사들에 대한 자산동결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예정이었으나 북아프리카, 중동 민주화 시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이와 관련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EU가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대 유혈진압을 비난하고 무력사용을 자제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음에도 당사자인 리비아는 오히려 불법이민 통제 협조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EU 이사회 순번의장국인 헝가리의 브뤼셀 주재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리비아 정부는 지난 17일 자국 주재 헝가리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만일 EU가 계속해서 민주화 시위를 고무할 경우 불법이민 통제에 대한 협조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리비아는 작년 가을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불법이민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겠다면서 그 대가로 유럽 국가들에 연간 50억 유로를 요구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리비아의 이민통제 역량을 강화하는 3개의 '시험(pilot) 프로그램'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왔다.

    한편, 카렐 슈바르첸베르크 체코 외무장관은 20일 EU 외무장관 실무만찬에 참석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가 무너지면 전 세계에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말해 리비아 사태에 대해 다른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