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0여명 서해로...조사 않고 “돌아가시오”표류-기관고장은 안전 위한 핑계...진심 파악해야
  • 지난 5일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통해 남하한 북한 주민 31명(여성 20명, 남성 11명)에 대해 정부는 이들의 단순 표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판문점을 통해 이들 31명을 송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속에서 “서해로 집단 탈북한 북한 군인들을 노무현 정권 당시 한국군이 해상에서 되돌려 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절한 한 탈북자 A씨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언론에 알려지면 다치는 사람이 있을까봐 참고 참아왔다”며 “하지만 이번 31명의 처리를 보고 죽기를 각오하고 넘어온 탈북자들의 입장이 너무 처절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우선 “보통 북한사람들의 경우 목숨을 건 도박을 하기보다 좀 더 안전하고 무난한 탈북 방법을 많이 선택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바다로 탈북하는 경우 대표적인 방법으로 표류나 조난, 기관고장, 혹은 항로미실(航路迷失) 핑계를 댄다는 것이다. 항로미실은 비행기나 배의 승무원들이 자기 배나 비행기가 놓인 위치를 모르게 되거나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A씨는 “이 방법들은 설사 북한군 해군에 잡혀도 죽을 염려가 없고 남한이 받아주면 좋지만 북송시켜도 죽을 위험까지는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05년 봄 황해남도 강령군 부포(개머리진지 근방)의 북한 공병국 소속 외화벌이기지 현역 군인 20여 명이 소형선박 6척에 나눠 타고 연평도로 와서 남한 해군 경비정에 단속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남한 해군은 북한 군인들에게 ‘연평도나 인천으로 예인하여 조사해야 되지만 다시 보내줄 테니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군인들이 당황해 “기름이 없어 못 간다”고 말하자 남한 해군은 “통에 넣은 기름을 주며 ‘제발 가라’고 사정했다”는 것. 다시 “안개가 끼여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어려워 못 간다”고 하자 해군은 나침판을 주며 몇 도 각으로 가면 된다고 방향각까지 잡아 주웠다고 A씨는 주장했다.
    어쩔 수 없이 북으로 돌아오던 그들은 모두 북한 해군경비정에 예인되었다고 A씨는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해상에서 북으로 다시 돌려보낸 것이 여러 번 있다”며 “해주나 연안, 배천, 청단, 옹진, 강령, 룡연 등지의 탈북자들을 조사해보면 이런 실례들은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번에 표류해온 북 주민들 31명 역시 정확한 내막을 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