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 10억원을 우체국 택배 상자 2개에 넣어 서울 여의도의 한 물품보관업체에 맡긴 의뢰인의 정체가 사설복권 발행업자로 밝혀졌다.

    경찰은 11일 물품보관업체의 디지털 잠금장치에 저장된 의뢰인의 디지털 지문정보를 본래 문양으로 재현한 다음 경찰이 보관하고 있는 지문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돈을 맡긴 사람의 신원을 김모(31)씨로 특정했다.

    또 CCTV에 찍힌 의뢰인의 얼굴과 김씨의 지문을 대조한 결과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지난해 8월 상자를 맡기러 왔다 CCTV에 찍힌 김씨는 긴 팔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었고 짧은 머리에 모자와 안경은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다.

    경찰은 6개월치 CCTV 화면을 분석하다 김씨가 지난해 9월 앞서 맡긴 상자 2개와 같은 종류의 우체국 택배 상자 1개를 더 맡겼으며 지난해 12월 보관돼 있던 상자 3개 중 1개를 찾아간 사실도 확인했다.

    김씨가 가져간 상자에도 1만원권이나 5만원권이 가득 들어있었다면 애초 맡겼던 돈은 최소 12억원에서 최대 18억원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결과 김씨는 직원 여러 명을 고용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불법 스포츠 복권을 발행한 혐의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사설복권을 발행해 물품업체에 맡긴 10억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이번에 발견된 돈은 김씨가 숨겨둔 범죄 수익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돈 상자가 발견되기 이틀 전인 7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해 지금까지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9일 오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백화점의 물품보관업체에 폭발물로 보이는 상자 2개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상자에는 각각 현금 2억원과 8억원이 들어있었다.

    경찰은 이 돈이 개인이나 기업이 조성한 비자금 또는 범죄와 관련된 `검은 돈'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맡긴 사람의 정체와 돈의 출처를 추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