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5% 서명받기는 가능할 듯결국은 보수vs진보 정치 이념 싸움
  • 서울시는 8일 오전 10시 16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 공동 대표 3인에게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시행하기 위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했다.

    이에 따라 청구인으로 나선 단체들은 이날부터 주민투표를 위한 주민 서명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며 서서히 ‘복지 논쟁’의 불꽃이 재점화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주민투표는 ‘정치 인생을 걸었다’는 오세훈 시장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은 물론 같은 논란을 겪고 있는 지자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세력들이 이번 ‘무상 시리즈’를 통해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여세를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주민투표의 결과가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 ▲ 8일 오전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 공동 대표들이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위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받고 있다. ⓒ 뉴데일리
    ▲ 8일 오전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 공동 대표들이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위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받고 있다. ⓒ 뉴데일리

    ◇ 만약 주민투표가 성사된다면 결과는?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무상급식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하는 질문에는 51대 38로 찬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이번 주민투표의 핵심인 무상급식 수혜 대상자의 범위에 대해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34.5%)’보다 ‘저소득층부터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해야한다(62.3%)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아직까지 여론은 무상급식이라는 정책은 찬성하면서도 보편적 복지보다는 저소득층에게 먼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오 시장의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지만 투표의 특성상 오 시장이 쉽게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반적인 인물을 뽑는 투표가 아니라 정책을 고르는 어려운 문제인데다,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진행되는 선거에는 전면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진보층이나 서민층의 투표율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투표 결과를 좌우하는 부동층의 경우 이념적으로는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면서도 실제로는 찬성에 표를 던지는 상황도 예상된다.

    젊은층에게 지지를 받는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 그리고 노년층에서는 무상의료는 해당 나이대 유권자에게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을 가진 ‘아젠다’인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무상 복지 하나로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한 과거 일본의 경우에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사례가 있다. 한 전문가는 “당시 일본 민심도 처음에는 아이 한사람에 보육비로 2만-3만 엔씩 주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비판했지만, 막상 자신들의 주머니에 돈을 주니 ‘좋다’라는 반응이 많았다”며 “이념과 투표의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 전면이나 선별이냐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교육감 ⓒ 연합뉴스
    ▲ 전면이나 선별이냐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교육감 ⓒ 연합뉴스

    ◇ 결국은 보수vs진보 정치 이념 싸움

    이번 주민투표는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등은 개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워낙 중요한 사안인데다 코앞에 닥친 재보선은 물론 내년 총선·대선을 임하는 각 정당의 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할 때 정치 이념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서울시도 오세훈 시장이 직접 거리로 나가 서명을 독려하고 유세를 할 수는 없지만, 전면 무상급식의 부작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방법 등을 통해 지원사격을 나설 계획이며 서울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의 조직적인 연대도 예상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민투표 성사 요건인 41만8000여명의 서명을 받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지역 한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지금까지의 주민투표 선례를 봐도 5%의 서명을 받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며 (무상급식이)워낙 큰 쟁점으로 떠오른 데다, 당력을 집중하면 투표를 성사시키는 것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이 얻게 되는 인지도 상승과 보수 세력 결집을 통한 '투사 이미지' 구축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이번 주민투표가 '대권'을 노린 오 시장의 노림수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연히 민주당 측도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몰아칠 엄청난 여파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민주당 시의원은 “기본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겠다’며 나서는 상황에서 무대응은 오히려 여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주민투표 서명기간 동안은 관망하겠지만, 만약 투표가 성사된다면 우리쪽도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