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장 김 씨 “구출작전 아니었으면 나도 총 맞았을 것”
  • 삼호주얼리호 석해균(58) 선장을 쏜 해적은 마호메드 아라이(23)이며 그가 사살된 두목, 부두목과 함께 선장과 조기장(간부선원) 등을 수시로 폭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호주얼리호 조기장 김두찬(61) 씨는 2일 오후 5시 경 부산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청해부대 구출작전 당시 석 선장 바로 옆에 있었는데 마호메드 아라이가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아라이와 대질 조사에서도 “아라이가 분명하다. 이 놈이 석 선장 바로 옆에서 해적이 소총을 쐈다”고 재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석해균 선장에게) 총질을 한 아라이는 악질 중 악질이다. 아까 대질 신문하는데 치가 떨렸다. 사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며 “해적이 선장 바로 앞에서 직접 AK 소총 4발을 쐈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건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내가 선장을 쏜 해적이 누구인지 기억하는 건 그 해적이 선장 옆에 있던 내 머리채를 움켜쥐고 총부리를 겨눴기 때문”이라며 “해군의 구출작전으로 수많은 총알이 빗발치지 않았다면 나도 총에 맞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씨는 “구출작전 이후 해적이 나와 함께 이불을 함께 뒤집어쓰고 있던 선장의 얼굴을 확인하고 ‘캡틴’이라고 소리친 뒤 AK를 4발 쐈다”고 덧붙였다.

    한편 모하메드 아라이는 지난 1월 30일 경찰조사에서 “내가 (석 선장에게)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가 다시 말을 바꿔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다른 해적은 그를 가리키며 “저 친구가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했었다.

    해적들의 가혹행위도 극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해적들은 내가 선장과 이야기만 해도 발로 밟았다”며 “이때 해적 중 아라이가 휘두른 팔꿈치에 맞아 앞니 3개가 통째로 빠졌다”고 말했다. 다른 선원들도 해적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 

    최진경(25) 3등 항해사는 “해적은 선장, 조기장 등을 주로 폭행하며 ‘Kill’이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기관장 정만기(58) 씨도 “삼호주얼리호를 천천히 운항하기 위해 선장과 내가 함께 자동조타장치를 고장 낸 뒤 일부러 이를 고치지 않는다며 해적들이 선장과 나를 무차별 폭행했다”며 “해적들이 수시로 선원들을 모아 놓고 폭행했으며 칼과 총을 들이대며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청해부대의 1차 구출작전이 끝난 뒤 폭행 정도와 살해 위협이 더 심해져 선원들이 피랍된 후 구출될 때까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렸다”며 “해적 가운데 악랄한 두 명이 있었는데 선원들을 상대로 수시로 폭행을 일삼았고, 흉기를 들이대며 살해 위협을 가했다”면서 “그러나 이 두 해적은 청해부대와 교전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선원들은 “해적들은 큰 칼이나 총으로 목숨을 위협하기도 했고 소총 개머리판이나 와인 병으로도 선원들을 수시로 폭행했다”며 입을 모아 말했다.

    이 같은 선원들의 진술에 따라 다음 아고라 등에서 떠돌던 ‘석 선장은 우리해군 UDT의 총에 맞았다’는 내용의 음모론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또한 해적들에 대한 해경의 수사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