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현 정권과 함께 미국을 비난하는 반미(反美) 구호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가 3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날 카이로 중심가에서 벌어진 시위도중 한 남성이 길거리 20m 가량에 걸쳐 "물러가라 무바라크, 너는 미국인들로부터 왔고 그들을 위해 일한다!"라고 낙서를 했다는 것.

    시위대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정권과 부패를 겨냥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이보다는 덜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무바라크 정권을 지원했다며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관측했다.

    카이로 시민 아흐메드(26)는 "미국은 민주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슬람 정부를 선출한 터키처럼 "이스라엘이 우리가 진짜 대통령을 갖도록 허락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시위로 치안공백 상황이 빚어지는 와중에 이집트 내의 빈부격차 문제가 공개적인 계급투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최근 경찰이 주요 도시에서 철수한 이후 카이로 시내 등 빈민가의 빈민들이 약탈자로 돌변, 부유한 교외지역의 쇼핑몰들을 습격하는데다 부유층 거주지 외곽에서 총싸움이 일어났다는 유언비어까지 퍼지면서 일부 부유층이 무바라크 독재를 그리워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

    부유층 지역인 헬리오폴리스의 아파트 주민인 사라 엘라야시(33.여)는 "내전이 시작된 것 같다"며 "그리고 우리는 자신을 방어할 식칼과 대걸레자루 말고는 가진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시위대는 우리 반대편이다"라며 "최소한 안보가 유지되니까 무바라크 대통령이 남기를 희망한다. 민주주의가 있는 미국처럼 되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우리는 철권 통치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