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웃고’ 민주 ‘울고’
  • 27일 오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강원도지사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광재 지사가 취임 7개월 만에 도지사직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강원지역은 오는 4월27일 치러지는 재보선의 ‘핵’으로 떠올랐다.

    전남 순천도 재보선 격전지로 부상하긴 마찬가지. 같은날 민주당 서갑원 의원 또한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가 벌금 1200만원과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금배지를 잃게 됐다. 

    반면 불안에 떨던 서울 종로구는 긴장감이 한풀 가신 분위기다. ‘박진감 있는 정치’를 하겠다던 박진 의원의 벌금이 80만원으로 확정되면서 ‘박연차 게이트’의 족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 ▲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 27일 한나라당 박진 의원(왼쪽)과 이광재 강원도지사(가운데), 민주당 서갑원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 27일 한나라당 박진 의원(왼쪽)과 이광재 강원도지사(가운데), 민주당 서갑원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 강원도에서는 누가 뛰나?

    이처럼 이광재 지사와 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각각 도지사직과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4.27 재보선의 판도가 바뀌게 됐다.

    특히 누구보다 다급해진 쪽은 민주당이다. 이번에 퇴출된 정치인이 모두 자당 출신이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를 부르짖던 민주당은 며칠 전까지 안방이었던 지역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또 다시 칼을 빼내들게 됐다. 반면 한나라당은 차근 차근 민심을 사로잡을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강원지역에서는 누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을까?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엄기영 전 MBC 사장, 이계진 전 의원, 최종찬 강원도민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최흥집 전 강원 정무부지사와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 특보를 지낸 이호영 씨도 출마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동규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브라질대사를 지낸 조규형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위원회 부위원장, 허천 국회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엄 전 사장은 지난해 8월 춘천시내 한 아파트로 주민등록 주소를 옮기고, 모교인 춘천고 동문들과 접촉하는 등 이광재 지사의 낙마에 대비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계진 전 의원은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이광재 후보에게 패배했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충격에 빠진 민주당에서는 이광제 지사의 무죄를 목 놓아라 부르짖던 만큼 구체적으로 후보를 정하지는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자세로 일관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엄기영의 대항마, 최문순 의원이나 조일현 전 의원을 카드로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강원도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광재 도지사가 무죄라고 믿었기 때문에 보궐선거에 대해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아 현재 거론할 수 있는 후보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 전남 순천, 야당의 텃밭 싸움

    순천의 경우는 좀 다르다. 지역 정치권은 서 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이미 예상하고 오래전부터 선거 준비 태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순천은 민주당과 비민주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텃밭’인 이 지역만큼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KBS 정치부장을 지낸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허상만 전 농림부 장관,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 정순균 전 국정홍보처 처장, 허선 전 공정거래위 사무처장, 박상철 경기대 교수, 신택호 변호사, 구희승 변호사, 이평수 전 민주당 대변인 등 10여명이나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지역에 개인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본격 행보에 나선 상태다.

    또한 경쟁력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무소속 노관규 시장의 출마 여론이 있지만,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로부터 120일전에 단체장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현재까지는 출마가 봉쇄된 상태다.

    그러나 노 시장 측은 자치단체장의 재·보궐 출마 제한 규정이 지나치게 단체장의 출마권한을 제약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면 출마 강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밖에 한나라당도 호남 민심 끌어안기에 나선 만큼 승부수를 띄워보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번 보궐선거의 경우, 임기가 비록 1년밖에 되지 않지만, 내년 19대 총선에서 기득권을 행사할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어 지역 정치인들의 관심이 어느 때 보다도 높다. 이러한 가운데 선거의 본격 대결은 4월 12~13일 본 후보자 등록 이후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