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인사 안해 힘들었다…승진 도움 주겠다" 감사원 교육비리 감사결과 공개
  • "당신은 인사할 줄도 모릅니까? 누가 짝수로 인사를 합니까!"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초등학교에 전근 온 교감에게 승진 등에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수차례 금품을 요구한 교장이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됐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교육예산 집행관련 비리점검’ 감사 결과에 따르면 모 초등학교 교장 A씨는 지난 2008년 3월 교감 B씨가 부임한 직후 "내가 장학사로 있을 때 명절 인사를 안 했더니 교육장이 업무나 회식 자리에서 배제해 무척 힘들었다" "대학원 다니는 돈 3천만∼4천만원만 주면 승진 시 점수를 잘 주겠다"며 B씨에게 직·간접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A씨는 같은 해 7월 유럽여행을 가기 전 B씨를 불러 "여행을 가려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걱정"이라며 여행 경비에 충당할 금품을 간접적으로 요구한데 이어 8월 초 B씨에게 여행 경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는 B씨가 여행 경비라며 교장실에서 현금 300만원을 건네자 "왜 300만원이에요? 500만원이지!"라고 호통을 치며 2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발 더 나아가 추석 연휴를 앞둔 같은 해 9월 B씨가 40만원을 건네자 "당신은 인사를 할 줄도 모릅니까? 누가 짝수로 인사를 합니까"면서 돌려줬고 B씨는 돈을 `홀수'로 맞춰 70만원을 건네야했다.

    A씨는 이후 B씨의 휴대폰으로 `요긴하게 잘 썼다. 그런데 조금 부족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결국 30만원을 더 받아내는 등 총 600만원을 수수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이밖에도 A씨가 학교 교실에 설치하는 전자칠판과 공기살균기 제품 선정과정을 주도하며 특정 제품이 선정되도록 한 사실 등을 적발, 교육과학기술부에 A씨의 해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교육부에 특정 업체의 공기살균기를 구매하고 대가로 200만원을 받은 모 초등학교 교장 C씨에 대해 정직을 요구하고, 50만∼60만원씩 챙긴 초·중학교 교장 3명 등에 대해 인사 조치를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