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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베네수엘라 출신 골프선수가 PGA 투어 봅 호프 클래식에서 기적의 ‘잭팟’을 터뜨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라퀸타 골프코스에 열린 대회 마지막 다섯 번째 라운드에서 베네수엘라 출신의 조나탄 베가스(25)는 합계 27언더파로 빌하스(미국) 개리 우드랜드(미국)와 함께 공동선두를 이뤄 플레이오프에 들어갔다.
플레이오프 첫 번째 홀(18번)에서 베가스와 우드랜드가 버디를 낚으며 파에 머문 하스를 빼고 두 번째 플레이오프로 넘어갔다.
10번 홀 두 번째 플레이오프에서 베가스가 티샷 한 볼이 물에 빠졌을 때 그의 PGA투어 첫승의 기회도 함께 수장되는 듯했다. 우드랜드의 티샷은 페어웨이에 깨끗하게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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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스는 벌타 한 타를 먹고 세 번째 샷을 날렸다. 기적 같은 샷이었다. 홀 10피트에 붙어 파 세이브가 가능한 거리였다.
한편 우드랜드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앞 벙커로 날아들었고 여기서 친 볼 역시 그린을 훌쩍 지나가 파 세이브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우드랜드는 파에 실패했다.
베가스는 퍼트한 볼이 홀에 떨어지는 순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베네수엘라 시골출신의 베가스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조나탄 베가스의 첫 우승은 PGA투어 다섯 번 출전에서 얻은 것이지만 그가 우승과 거리가 먼 것만은 아니다. PGA투어 2부 격인 내이션와이드 투어에서 두 번 우승한 경험이 있다.
베가스는 이번 우승으로 베네쥬엘라 출신의 첫 PGA투어 선수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면서 동시에 베네수엘라의 새로운 영웅 탄생을 예고했다.
베가스는 어렸을 때 골프채를 구하지 못해 아무 것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스윙을 하며 돌멩이나 플라스틱 볼을 때리며 골프를 익혔다. 겨우 영어를 몇 마디 할 수 있을 때 무모하게 미국행을 결심, 온갖 궂은일을 하며 골프를 배우다 결국 텍사스대학에 들어가 제대로 골프를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이런 인생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베가스는 베네수엘라는 물론 세계 골프팬들에게 새로운 영웅의 탄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0번째 홀에서 뼈아픈 보기로 빌 하스와 개리 우드랜드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하고도 허트러지지 않은 베가스의 평정심은 이 선수가 ‘또 다른 타이거 우즈’가 될 수 있다는 예감을 갖게 했는데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만회 샷으로 예감을 적중시킨 것이다.
한편 재미교포 나상욱은 다섯 라운드 모두 60대의 맹타를 휘둘러 24언더파로 공동 5위를 기록, 최근 2년 사이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김비오는 4라운드에서 컷 통과에 실패, PGA투어 도전 두 번 모두 컷오프 당하는 아픔을 맛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