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정환 죄질 안좋다" 구속수사 시사
  • ▲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신정환.  ⓒ 박지현 기자
    ▲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신정환. ⓒ 박지현 기자

    지난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 이틀간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 조치된 방송인 신정환(36)이 다리 부상 치료 후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정환의 해외원정도박 및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검찰 외사부(부장 김석우) 측은 21일 오후 "신정환이 5개월 동안 해외에 숨어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한 혐의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 다리 상태가 악화됐다는 의사 소견을 참고해 불구속 입건 방침을 내렸지만 건강이 회복되면 그때 다시 구속 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인천의 한 시민이 신정환을 ▲상습도박 ▲외환관리법 위한 ▲여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관련 사건 수사를 맡게 된 서울중앙지검은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2팀)에 수사 지휘를 내려 신정환의 입국 및 1차 조사를 이끌어왔다.

    이에 따라 일본에 있던 신정환과 신정환의 변호사를 통해 입국 일자를 조율해 온 경찰은 19일로 귀국 시기를 확정짓고 신정환이 이날 오전 하네다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출발한다는 사실을 전날 언론에 통보했다.

    ◆인천 시민 고발로 신정환 수사 발동

    약속대로 당일 오전, 신정환이 공항에 도착하자 경찰은 현장에서 곧바로 신병 인도에 착수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신정환을 이송했다.

    경찰은 19일 오후부터 시작된 진술 조사를 끝내고 20일 낮 12시경 신정환을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한 뒤 추가 수사 및 구속 수사 여부에 대한 검찰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러나 20일 오전 신정환의 다리 상태를 검진한 병원 측 의사로부터 "수술이 시급하다"는 소견을 전해들은 검찰은 신정환에 대해 불구속 수사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20일 오후 8시 30분경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풀려난 신정환은 현재까지 강남의 한 지인의 집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신정환이 하루만에 풀려난 것에 대해 일각에서 '봐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다음날 "신정환의 혐의가 가벼워 석방시킨 게 아니"라며 "몸상태만 좋아지면 언제라도 구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경찰, 신정환 도박 자금 출처에 수사 집중

    경찰 진술 조사를 통해 지난해 8월 말에서 9월 초 필리핀 워터프론트 호텔 카지노에서 1억 2000만원을 현지 롤링업자 이모씨로부터 빌린 뒤 바카라 도박을 한 사실을 인정한 신정환은 여권을 담보로 맡겨 도박 자금을 빌렸다는 의혹과 외환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환의 관련 혐의를 조사한 경찰 역시 "계좌추적 결과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신정환이 국내로부터 직접 거액의 돈을 송금받아 도박을 벌인 정황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신정환이 대위변제 등의 방법, 즉 별도의 환치기 계좌를 통해 타인의 명의로 돈을 받은 뒤 현지에서 도박 자금을 끌어 쓴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향후 경찰은 필리핀 현지의 도박장 브로커(롤링 업자)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뒤 신정환의 여권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뎅기열 자작극, 필리핀 롤링업자 관련 없나?

    여권법 위반 의혹은 지난해 9월 신정환의 '뎅기열 파문'이 불거진 데서 비롯됐다. 당시 신정환은 현지 풍토병인 뎅기열에 걸려 귀국 시기를 늦췄다고 해명했으나 국내 방송사 취재 결과 이같은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신정환이 일부 교민의 조언을 듣고 현지 병원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뎅기열이 발병한 것처럼 자작극을 벌인 사실이 밝혀진 것.

    이처럼 신정환이 거짓 해명을 일삼으며 외유 기간을 늘려가자 일각에선 필리핀 한인 대부업자에게 여권을 맡기고 자금을 빌려 도박을 하던 신정환이 돈을 모두 잃어 현지 호텔에 억류돼 있거나 채권자에게 붙잡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출두한 신정환은 '도박 빚 때문에 억류돼 있었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 무근"이라고 답하며 이같은 루머를 부인했다.

    결국 신정환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준 필리핀 롤입 업자가 소환돼야 신정환이 수개월간 해외로 잠적한 이유와 도박 자금을 빌린 경위 등이 자세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