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필리핀 세부 W호텔 카지노서 원정도박
  • ▲ 19일 김포공항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방송인 신정환.  ⓒ 박지현 기자
    ▲ 19일 김포공항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방송인 신정환. ⓒ 박지현 기자

    그동안 "롤링 시스템의 희생자다", "수억원대 도박빚을 지고 잠적했다"는 다양한 루머를 양산하며 장기가 해외 체류를 고집해 온 방송인 신정환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귀국 전날 서울지방경찰청에 "19일 입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신정환은 약속대로 19일 오전 11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비니와 명품패딩으로 남다른 '공항패션'을 선보인 신정환은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취재진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경찰의 호위 속에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간 신정환은 곧장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2팀) 취조실에 끌려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여권법 위반 ▲외환관리법 위반 ▲상습도박 등 3가지 혐의를 받아 경찰에 붙잡힌 신정환은 이날 조사를 통해 해외원정도박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20일 오후 8시 30분까지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돼 있었던 신정환은 이번 사건의 총 지휘를 맡은 검찰로부터 불구속 입건 방침이 내려진 이후 즉시 귀가조치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신정환은 지난해 8월 28일 필리핀 세부에 도착해 워터프런트 호텔 카지노에서 호텔 카지노에서 원정도박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판돈은 1억 3000만원대 규모로, 신정환은 1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현지 롤링업자로부터 빌려 바카라 도박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현지 도박 브로커에게 소위 '꽁지돈'을 빌려 거액의 도박빚을 졌다는 루머가 사실로 밝혀진 것.

    ◆신정환 '뎅기열 쇼', 알고보니 뻔뻔한 '자작극'

    신정환은 지난해 8월 말 휴가차 필리핀으로 떠난 뒤 예정된 입국일까지 돌아오지 않아 모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 무단으로 불참하는 사고를 냈다.

    당시 측근을 통해 "과로 때문에 귀국 일정을 연기했다"고 해명한 신정환은 이후 현지 관광객으로부터 카지노 출입 장면이 목격되자 돌연 "현지 풍토병에 걸렸다"며 '뎅기열 인증샷'을 올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신정환은 현지로 날아간 SBS '한밤의 TV연예' 제작진에 의해 뎅기열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번엔 홍콩과 마카오로 행선지를 여러차례 옮기며 국내 취재진과 관광객의 눈길을 따돌리는 시도를 했다.

    신정환의 외유 기간이 길어지자 일각에선 필리핀 한인 대부업자에게 여권을 맡기고 자금을 빌려 도박을 하던 신정환이 해당 자금을 모두 잃어 현지 호텔에 억류돼 있어나 채권자에게 붙잡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홍콩과 마카오가 비자 발급이나 '도박 환경'이 비교적 좋은 편이라는 점도 이같은 설에 무게를 싣게 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출두한 신정환은 '도박 빚 때문에 억류돼 있었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 무근"이라고 답하며 이같은 루머를 부인했다.

    ◆도박은 했지만 '환치기'는 안했다?

    실제로 신정환은 19~20일 실시된 경찰 조사에서 필리핀 원정 도박혐의만 인정했을 뿐 여권을 맡기고 도박을 했다는 점이나 국내로부터 거액의 돈을 송금받아 도박을 했다는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정환의 관련 혐의를 조사한 경찰 역시 "계좌추적 결과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신정환이 국내로부터 직접 거액의 돈을 송금받아 도박을 벌인 정황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신정환이 대위변제 등의 방법, 즉 별도의 환치기 계좌를 통해 타인의 명의로 돈을 받은 뒤 현지에서 도박 자금을 끌어 쓴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또한 경찰은 필리핀 현지의 도박장 브로커(롤링 업자) 이모씨를 수소문,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뒤 신정환의 여권법 위반 혐의는 물론 도박 자금을 빌려 준 경위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실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