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임 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수즙음을 많이 타는 타입, 오래 알던 사람만 접하는 성격이라 인사(人事)를 그렇게 주변 인물로 한정한다는 설명은 “그러니까 이해해 달라”는 뉴앙스를 풍긴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 왜 그걸 이해해야 하는가? 70을 바라보는 일국의 대통령이 낯을 가린다는 말 자체가 한없이 웃기는 얘기다. 성인(成人)이, 대통령이 그래서야 어디 치국(治國)의 좌장(座長) 노릇을 할 수 있는가?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을 비롯해 벌써 8명 째 낙마(落馬)라고 한다.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 지경 아닌가? 이건 무얼 말하는가? 이명박 대통령을 이제는 명실공히 레임 덕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 자신이 자초한 일이니 누굴 원망할 길도 없다. 리더십을 상실한 정권에 민심이 따를 리가 없다. 그래서 이 사태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 미칠 파장이 어떨지는 불을 보듯 훤하다.

     한나라당이 대통령에 ‘반짝 반란’을 거사(擧事)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유권자 여러분, 우리를 대통령과 ‘하나’로 보지 말아주세요” 하는 비명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란 것들이 ‘이명박 공천’으로 인공수정 돼서 태어난 자식들인데 저희들이 어떻게 ‘가족관계 증명서’를 위조할 수 있단 말인가? 군대 안 간 전력부터 똑같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레임 덕이 됐다면 그 권위의 공백은 당연히 차기 주자(走者)들의 본격 데뷔로 상당부분 메워야 한다. 2월 3일의 설을 끝내면서 그들이 적극적으로 고개를 들어야 한다. 박근혜, 오세훈, 김문수 등, 새 연속극 주연(主演)들의 화려한 등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공(公共)치안, 대북(對北), 4대 강(江), 주요 부처의 좌파 대못 뽑기만은 레임 덕의 희생물이 돼선 안 된다. 그 부분에서는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계속 밀어 주어야 한다. 예컨대 2월이면 대법원 권력이 바뀐다. 이런 경우엔 그래도 이명박 정부의 ‘그나마 비(非)좌파적 인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신념, 철학, 사즉생(死卽生), 공(公)의 정신, 정치적 리더십, 비장한 결단, 이런 것들을 기준으로 뽑아야 한다는 교훈을 ‘이명박 시대’는 남겼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