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와 다른 통치 카리스마 발휘
  •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63)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화제다.

    브라질 대통령실과 연방정부에는 전임자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흔적이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호세프는 대통령으로서의 첫 주를 예상 밖의 강도높은 '국정 챙기기'로 보내면서 분위기 쇄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9일 브라질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1주일을 하루평균 12시간씩 일하며 '워커홀릭'처럼 보냈다. 외부 공개를 피하면서 각료들과 잇따라 회의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시하는 등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강한 이미지를 과시했다는 것.

    룰라 정부에서도 일했던 호세프의 한 측근은 "호세프 대통령은 업무 처리를 신속하게 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 악화되기 전에 해결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신문은 "룰라 전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최종시한을 넘기기 일수였지만 호세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어제 준비돼 있기를 바란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측근은 최근 발표된 중앙은행의 환율방어 조치를 호세프 스타일의 예로 들었다.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헤알화 절상 문제와 관련해 지난 5일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을 불러 "환율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상황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며 즉각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만테가 장관이 "중앙은행이 지난해부터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대답하자 호세프 대통령은 즉시 알레샨드리 톰비니 중앙은행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환율방어 조치를 취할 시점을 정하라"고 지시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다음날 중앙은행은 오는 4월 4일부터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또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1964~1985년) 발생한 정치인 실종 사건이 국가적인 수치가 아니라고 말한 조제 엘리토 시케이라 국가안보보좌관을 강하게 질책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군정 시절 반(反) 정부 투쟁 조직에서 활동하다 1970년 체포돼 3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은 피해자이기도 하다.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과는 다른 측면에서 뜻밖의 카리스마를 발휘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최저임금을 510헤알(약 302달러)에서 540헤알(약 320달러)로 인상하는 문제와 관련해 노동계 등으로부터 인상폭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만테가 장관이 "정부는 540헤알을 넘는 최저임금 인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호세프 대통령은 "제안은 장관이 하지만 결정은 대통령이 한다"며 입단속을 시켰다.

    한편 호세프 대통령은 과거 수석장관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을 버리지 않고 집무실에서 식사를 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점심식사 중이던 조제 에두아르도 카르도조 법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먹던 음식을 싸와 15분간만 나와 식사를 함께 하자"며 집무실로 부르기도 했다. 카르도조 장관은 점식식사를 포기한 채 집무실로 달려가야 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식사는 관저 직원들에 의해 매일 집무실로 배달되고 있으며, 각료나 측근, 대통령실 직원들이 '식사 파트너'가 되고 있다.

    두 차례 결혼한 적이 있는 호세프 대통령은 10여년 전부터 혼자 살아왔으며, 자녀로는 외동딸 파울라 호세프 아라우조(34)만을 두었다.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에는 파울라가 낳은 손자를 안고 기뻐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상당한 애처가로 알려진 룰라는 대부분의 식사를 부인 마리자 레티시아 여사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