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소지 혐의...'제2 조광현 사건'우려
  • 전남 여수 출신의 50대 남성이 필리핀에서 1년 넘도록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의 신병 처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한국인 조광현(36) 씨가 필리핀에서 살인 혐의로 5년간 구치소에 수감된 뒤 최근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다는 점에서 ‘제2의 조광현 사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김규열(50) 씨는 지난 2009년 12월 필리핀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며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여수에서 태어나 여수지역 초·중·고·대학을 졸업한 김씨는 국내에서 선장으로 일하다가 수년 전 필리핀 현지의 선사에 취업해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09년 12월 17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한 백화점 식당에서 현지 경찰에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김씨의 사연은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옥중 편지’가 공개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인 지인에게 보낸 이 편지에서 "백화점 식당에서 음식을 사서 나오던 중 젊은 필리핀인 3명이 갑자기 다가와 승합차에 태워 한 건물로 끌고 갔으며 별 저항 없이 따라갔는데, 경찰이 수갑을 채우고 테이블 위에 마약과 현금을 가져다 놓은 뒤 사진을 찍었다"면서 "자신은 억울하게 감옥에 끌려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편지에서 "세숫비누, 칫솔 등 생필품이 없으며 치약이 없으니 당연히 칫솔질도 못하고 감방에 들어와서 3개째 이를 손으로 뽑았다.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적었다.

    김씨의 편지가 공개되자 외교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폭주하는가 하면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외교부 역시 지난해 12월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김씨의 수감 사실을 공개했고 주필리핀 대사관을 통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진행해 주길 필리핀 당국에 요청했으며, 영사를 보내 정기적으로 김씨를 면담하고 건강 상태나 인권 침해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필리핀 대사관에서 계속 관심을 두고 있으며 김씨가 부당 대우를 받지 않는지 점검하고 치약, 라면 등 생필품도 주고 있다"면서 "교도소 측에도 협조 요청을 한 상태고 재판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