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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서경찰서는 30일 빚더미에 올라앉은 처지를 비관해 고등학생인 딸을 살해하고 80대 노모에게도 둔기를 휘두른 혐의(살인 등)로 김모(4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일 오전 7시께 강남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고 있던 딸(17)을 목졸라 살해하고 어머니 최모(82)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범행 직후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하자 한 달 동안 도망을 다니다 29일 낮 12시께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사건 직후 휴대전화와 지갑 등을 집에 두고 종적을 감춘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해왔다.
김씨는 집을 나와서도 인근 야산 등지에서 세 번이나 더 자살을 시도했고, 시내 식당에서 손님들이 남긴 음식을 먹고 지하철역 등지에서 노숙생활을 하며 한 달 동안 도피생활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결과 횡령죄로 교도소에 갔다가 2년 전 나온 김씨는 출소 이후 민사소송에 걸려 빚이 쌓인 데다 최근에는 일하던 오락실에서 돈을 빼돌렸다가 해고당하자 처지를 비관해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빚 때문에 힘든 데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음식물 쓰레기로 아침 밥상을 차리는 것을 보고 이렇게 살면 뭐하겠냐는 생각이 들어 홧김에 범행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어머니가 죽은 줄만 알고 있었던 김씨가 검거 직후 모친이 살아있다는 소식에 엉엉 울었다"며 "주변에서 어려운 처지를 알고 조금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보냈더라면 이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