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생 아끼고 아낀 돈이니 꼭 좋은 곳에 써주세요"

    연말을 맞아 70대 할머니가 대한적십자사(총재 유종하. 이하 한적)를 찾아와 1억 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28일 한적에 따르면 수수한 옷차림의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왔다"면서 한적 사무실을 찾아왔다.

    할머니는 1억 원짜리 수표 한 장이 든 하얀 봉투를 건넨 뒤 신분을 밝히지 않은채 돌아갔다.

    이 할머니는 김용현 한적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조금씩 모은 돈"이라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불쌍한 분들이 참 많은데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성금을 좋은 곳에 잘 사용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부탁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적 관계자는 "성함이라도 알고자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고 가셨다"면서 "눈이 많이 왔는데 눈길을 뚫고 이곳까지 찾아와 성금을 전달하는 모습에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적은 본사 현관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긴 동판을 전시하고 있지만 이 할머니는 이름을 밝히는 것을 한사코 거부해 '무명'으로 남게 됐다.

    김 사무총장은 "할머니는 기부금을 한적에서 알아서 써달라고 하셨는데 외로이 홀로 사는 노인이나 많은 어려움 속에 사는 조손가정을 위해 쓰겠다"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그 뜻을 최대한 받들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