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만의 한파'가 몰려온 24일 저녁 서울시내 주요 거리에는 예년보다는 다소 적었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려는 인파가 넘쳐났다.

    명동, 강남역, 신촌 등 시내 번화가는 12월 기온으로는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강추위 탓에 꽁꽁 얼어붙었지만,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 연인과 외식에 나선 가족 등 시민의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저녁 8시께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은 약속장소로 향하는 젊은이들과 귀가하는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나 사람들은 불편한 기색 없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들뜬 기분을 만끽했다.

    홍익대앞 거리에는 이벤트를 하는 클럽에 입장하려는 젊은이들이 50m가량 줄을 서 있기도 했다.

    대표적인 도심 실내공간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는 평소보다 서너 배 많은 20여만 명의 시민이 몰려 오후 일찍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코엑스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예년 크리스마스 이브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몰 내부 볼거리, 먹을거리를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코엑스몰 안에 있는 복합상영관 메가박스는 이날부터 다음날까지 영화표 대부분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메가박스 측은 "오늘과 내일 모두 밤 10시는 넘어야 앞자리에라도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연세대 앞 신촌 대학가에서도 따뜻한 음료로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는 행인들이 몰려 학교 주변 커피전문점이 크게 붐볐다.

    바람까지 매섭게 불어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간 체감온도 탓에 거리를 걷는 시민 대부분은 목도리 등으로 얼굴을 칭칭 감은 채 발길을 재촉해 비교적 포근했던 최근 몇 년간의 성탄전야보다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대학로 거리에 늘어선 매장들은 각자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품으로 장식하고 손님을 맞았지만, 가족과 먹을 케이크 상자를 들고 귀가를 위해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조형규(27.회사원)씨는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다들 밖에 나오는게 신기하다. 길이 너무 막히고 날씨도 추워서 여자친구랑 만나기가 힘들것 같아 약속을 내일로 미뤘다"고 말했다.

    성탄전야의 특별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오후 한때 남산1호터널 도심 방향 도로와 을지로, 퇴계로, 청계천로 등 도심 주요 도로에서는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오후 11시 현재 교통이 비교적 원활해졌으나 도심 대부분의 도로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에서 차들이 서행하고 있으며, 한강로와 청계천로, 강남대로 등에도 정체 구간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