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고립 8일...탈수 증세로 사경 헤매던 딸병원에 입원 중인 97세 어머니가 구조하고 숨져
  • “더 사실 수 있었는데…. 어머니는 스스로의 삶을 줄여 나를 구해주신 것 같아요.”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97세의 어머니가 63세의 딸을 죽음에서 구했다.
    딸의 안전을 확인한 어머니는 비로소 마음 편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저승으로의 먼 여행을 떠났다.

  • ▲ 딸이 8일째 갇혀있던 화장실.ⓒ산케이신문 캡처
    ▲ 딸이 8일째 갇혀있던 화장실.ⓒ산케이신문 캡처

    일본 도쿄 미나미구(港区)의 한 맨션. 화장실에서 63세의 딸은 탈수증세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었다.
    지난달 4일 새벽 1시 경, 딸은 잠자리에 들기 전 화장실에 갔다. 그때 화장실 문 앞에 세워뒀던 육중한 골판지 상자가 넘어지면서 벽과 문 사이에 걸렸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화장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창문도 없는 손바닥만한 화장실에 갇혀버린 것이었다.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도와주세요”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런 속에서 기력은 점점 떨어져갔다.
    첫째 날 문을 두들기고 살려달라고 외쳤다가 탈수 증세가 온다고 생각했다. 변기의 물을 마셨다. 변기의 물이 뜻밖에 맛있게 느껴졌다고 딸은 말했다.
    둘째 날은 조금 여유를 찾았다. 당분간 살게 될 곳이라는 생각에 화장실을 청소하고 가벼운 운동도 했다.
    나흘째는 점점 지쳐갔다. 공복감을 더 느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유일하게 믿는 것은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으로부터의 연락. 딸은 “부탁이야 눈치채줘!”라고 수없이 혼잣말을 되뇌었다.
    닷새째엔 몸을 구부려 누워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상하리만큼 공복감이 없었다. 딸은 ‘종이와 펜이 있었다면 유언을 미리 써 둘 텐데...’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저만치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엿새째는 ‘일을 안하고 혼자 생활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원이라면 무단결근을 이상하게 생각한 회사에서 사람을 보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칠일째에는  한밤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누군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거나,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에서 희망의 빛을 본 딸은 내일이면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다.

    딸이 화장실에 갇힌 지 엿새째이던 지난달 9일. 병실에 누워있던 어머니는 문병을 오지 않는 딸을 걱정해 간호사에게 연락을 부탁했다. 간호사가 병원 사무국을 통해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구나’라고 생각한 간호사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11일 오후 3시, 경찰은 탈수 증세로 죽음의 문턱에 이른 딸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구출된 딸이 병원에서 회복하는 동안, 어머니는 정반대로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딸을 구했다는 소식에 안도한 것일까?
    몸을 추스린 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먼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산케이신문은 딸이 자신을 구한 어머니의 손을 잡았을 때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이승을 떠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