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안테세소르(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마지막 공동조상으로 추정되는 종)뿐 아니라 현생인류도 동족의 인육을 먹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디스커버리 채널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스페인과 영국 과학자들은 인류진화 저널 최신호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마지막 빙하기 후인 약 1만2천년 전 지금의 영국 땅에 정착한 첫 현생인류가 양분 섭취를 위해 인육을 먹었음을 보여주는 뼈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잉글랜드 서머싯의 고프 동굴에서 발견된 사람 뼈에 남아있는 치흔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사람의 것임을 확인했다면서 고대 인류가 인육을 먹은 것은 `생존전략'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인육을 먹는 행위가 반드시 살해 뒤에 일어난 일이 아니고 시신을 적절히 처리하는 방식이었을 수 있다면서 "무리의 일원이 죽었다고 생각해 보자. 시신은 당시 위험천만한 일이었던 사냥을 하루 쉴 수 있는 음식이 된다. 또 시신은 위험한 포식동물들을 끌어들여 집단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람이 뼈를 씹거나 갉을 때 어떤 자국을 남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기 다른 4개의 유럽인 집단을 대상으로 다양한 동물 뼈를 날것으로, 또는 익힌 상태로 씹도록 했다.

    이들은 또 1960년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코이족이 씹었던 박물관 소장 뼈의 흔적을 조사했다. 코이족은 유럽인들만큼 음식을 익혀 먹지 않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들이 버려진 뼈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알아보려 한 것이다.

    연구진은 또 스페인과 영국, 카프카스 지역의 고대 인류 유적지에서 수집한 화석화된 뼈들도 분석했다.

    그 결과 사람이 뼈를 씹거나 갉을 때는 뚜렷한 패턴을 남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람이 먹은 뼈들은 양끝이 구부러지고 뚫린 흔적과 얕게 패인 줄 모양이 나 있으며 껍질이 벗겨지고 양끝에 무딘 톱니 모양 자국이 있고 씹힌 가장자리에 이중의 활모양 구멍이 뚫린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형태가 반드시 사람이 씹은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진은 여러 정황을 합쳐 이런 흔적이 사람이 인육을 먹은 증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뼈를 씹는 행동은 대개 식사의 마지막 단계인 골수 빼먹기라는 점에서 볼 때 이런 흔적은 의식을 위한 살 발라내기에서 남는 흔적과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발견된 증거들을 통해 당시 인류와 인류의 조상들이 도구를 사용해 고슴도치를 먹었으며 네안데르탈인들은 해양 포유동물이 새끼를 낳은 직후에 새끼를 잡아먹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에서는 노인들이 돌로 고기를 두드려 씹기 좋게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대해 다른 학자들은 "사람의 치흔을 다른 포식동물이나 영장류, 비생물학적 흔적과 구분한 것은 극도로 중요한 성과"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