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한많은 낙동강’에 우리 농민 마음 다 담겨4대강 반대하는 ‘높음 분’들 노래 들으면 마음 바뀔것“경남 창녕 주민 이학수 씨 애타는 사연
  • “한많은 낙동강에 물새는 왜우느냐/ 물천지 모래천지 갈곳없는 이재민에/ 빈손으로 어이살이(리) 농토잃고 어이살랴/ 피눈물이 흘러가네 낙동강에 흘러가네”

    경남 창녕군의 한 촌로가 ‘한많은 낙동강’ 되살려준다는데도 아직도 반대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KBS가요마당에 낙동강 노래를 틀어달라고 애원했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에 사는 이학수(68) 씨는 지난 7일 창녕군민의 4대강(낙동강)살리기 촉구 상경 시위단을 따라 서울에 올라왔다. 확성기 소음이 여의도에 진동하던 현장에서 취재중인 기자에게 다가와 품안에서 꼬깃꼬깃 적은 A4용지를 꺼냈다. 이씨는 양복에 중절모까지 갖춘 차림으로 다른 주민들처럼 구호를 외치지는 않았다. 노래가사를 적은 종이였다. “한많은 낙동강”이라는 제목이었다.
    “이 노래를 KBS가요무대서 이 노래를 좀 틀어주게 도와주세요. 신문에 보도되면 방송국 사람들도 안보겠습니까? 노래들으면 김두관 지사가 마음을 고쳐먹지 않겠습니까.”

    어떤 사연일까.
    “노래가사에 낙동강의 한 많은 현실이 다 담겨있어요. 홍수가 나고 가뭄이 들고 주민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강을 고쳐주겠다는데, 아직도 도지사(김두관 경남도지사)와 야당국회의원들은 반대한다고 난리입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귀를 막고 안 들으니 노래라도 들으면 저희 심정을 알까 해서 노래를 틀어달라고 방송국에 신청하려고 합니다.”

    이학수 씨가 적어온 메모지를 보니 가사가 3절까지 적혀 있었다.
    상단엔 “가요무대 담당 김동건 선생님 전’이라고 써 있었고, ‘6.25동란 직후 유행한 노래’라고 표시돼 있었다.

    그가 적은 노래 가사는 이랬다.

     

    7백리 굽이굽이 한많은 낙동아
    내 집은 어디갔나 내가족은 어딜갔나
    보리고개 배를 골코(곯고) 심어놓은 논밭 곡식
    쓸어갔네 았아갔네 무심할사 하늘이여

     

    말없이 흘러가는 한많은 낙동아
    외양간 송아지도 양지쪽에 병아리도
    땀에 젖은 베잠뱅이 길러놓은 재산인데
    낙동강에 흘러갔네 서러울사 하늘이여

     

    한만(많)은 낙동강에 물새는 왜우느냐
    물천지 모래천지 갈곳없는 이재민에
    빈손으로 어이살이(리) 농토잃고 어이살랴
    피눈물이 흘러가네 낙동강에 흘러가네

     

    노래 가사 맨아래엔 이렇게 썼다.
    (이 노래를 들으면)“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하는 분도 (현실을)이해하실 것입니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 OO리 OO번지 이학수 드림

     

    수려한 필체는 아니었지만 또박또박 내려쓴 획에 힘이 있었다.
    맞춤법도 군데군데 틀렸지만 이한수씨의 설명대로 가사엔 ‘한서린 낙동강 주민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 ▲ 이학수 씨가 노래를 적은 종이를 들고
    ▲ 이학수 씨가 노래를 적은 종이를 들고 "우리 농사짓는 노인 심정을 높으신분들이 어찌 아냐. 그분들이 노래를 들을수있도록 가요무대에서 방송될 수 있도록 기사로 써달라"고 간곡한 요청을 했다.

    그는 이날 기자와 만나 “모내고 나면 물이 차서 다 앗아가고, 다 심으면 이식이 팰 시기에 또 물이 앗아가는데, 이런 실정을 야당 국회의원이 아느냐”며 “지금도 지게 지고 일하는 내가 잘 알지”라고 손가락으로 국회의사당을 가리켰다.

    사실 이학수씨와 기자는 구면(舊面)이다. 이학수씨가 노래를 틀어 4대강 사업 반대자들의 마음을 돌려보고 싶다는 하소연을 한 것은 지난 11월 하순이다. 경남 낙동강 주변 주민들을 취재하러 창녕군 함안보 홍보관에 들렀을 때 우연히 만났었다. 그때도 이학수 씨는 “손인호의 ‘한많은 낙동강’을 듣고 싶다”며 신문에 보도해 꼭 방송국 선생님들이 보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취재 후 인터넷을 뒤져보니 손인호의 노래는 ‘한많은 대동강’으로 '낙동강'은 아니었다. 같은 제목으로 조미미의 노래도 있었지만 낙동강 주민의 애환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분야의 지식이 일천한 기자가 구글이나 각종 포털을 통해 찾아봐도 한많은 낙동강과 가수 손인호의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노인의 기억이 오래돼 부정확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사이 시간은 몇주일이나 흘러갔다.

    기자와 처음 만날 당시 이씨는 함안보현장사무소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방문했을 때다. 그는 한나라당 대표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높은 분이 오셨으니 혹시나 김두관 지사가 마중나오지 않을까 해서 두사람을 함께 만날 심산으로 현장에 왔다”고 했었다.

    그 때 “안상수 대표에겐 ‘낙동강 사업을 잘해달라’고 큰절하려고 했고, 김두관 도지사를 보면 ‘낙동강 사업 방해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왔다”며 “두 높은 분을 못만나 뵈었다”고 크게 낙담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었다.

    그로부터 2,3주 뒤인 7일 창녕 군민들이 서울에서 시위를 할 때 이씨는 현장에 기자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이날 아예 노래 가사를 적어왔던 것이다. 이 노래 가사를 전해주기 위해 시위대 주민들과 여러 시간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고 했다. 여의도 방송국이 가까우니 기자를 만나면 꼭 이 메모지를 전해줘 방송국에서 보도록 알려달라고 간청할 생각이었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이날 서울 국회의사당 시위에 참석해 취재중인 기자를 알아보고 반갑게 달려온 것이다.

    이 씨가 창녕으로 돌아간 뒤 다시 노래 가사를 근거로 찾아봐도 포털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학수씨에게 전화를 걸어 노래가 맞느냐고 물었더니 “6.25 이후 중학생 때 유행해 불렀던 곡”이라며 전화로 3절까지 불러줬다. 기자도 분명히 들어본 옛날 노래였다. 그러면서 “지금 노래방에 가도 안나오고, 가수이름이 틀렸을 수는 있지만 분명 내가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부르는 노래다. 사회자 김동건 선생님은 아실 것”이라며 신문에 보도해 방송국에서 기사를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한수씨는 현재 창녕군 부곡면에서 밭 600평과 논 200평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보잘것 없는 촌로의 소원이니, 꼭 이노래가 방송될 수 있도록 신문에 내서 반대만하는 높은 분들이 노랫말을 듣고 생각을 바꿀 수 있게 도와달라”고 몇번이나 청했다.

  • ▲ 이학수 씨가 노래를 적은 종이를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