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선정 '노숙인 저축왕' 대상 강영준씨.
  • 10여 년간 노숙인 생활을 하던 50대 남자가 저축왕이 됐다.

    주인공은 수원 리-스타트(자활) 사업단에서 재기를 꿈꾸며 자활근로를 하고 있는 강영준(가명.53)씨.

    강씨는 경기도 및 예금보험공사의 후원으로 경기광역자활센터가 도내 7개 노숙인 자활사업단 시행 프로그램 참여 노숙인 62명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선정한 저축왕 11명 가운데 대상 수상자로 뽑혔다.
  • 수원시 인계동 리-스타트 사업단에서 2년6개월째 일하고 있는 강 씨가 지금까지 모은 돈은 2천200만원. 강 씨의 월 소득액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다른 동료 노숙인 14명과 함께 이곳에서 전자 및 자동차 부품 조립을 하는 강 씨가 경기도의 지원금 등으로 받는 월급여는 80여만원이고, 가끔 월 6~10만원의 생산활동 성과금을 받는다.

    리-스타트 사업단 관계자는 "강 씨가 재기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성실하다"며 "매월 최소한의 생활비 외에 월 60만~70만원을 저축한다"고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 강 씨는 1997년부터 10여 년 넘게 쉼터 등을 떠돌며 노숙인 생활을 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자영업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던 강 씨가 노숙인의 길에 접어든 것은 사업 실패에 따라 마시기 시작한 술이 문제였다.

    강씨는 수차례 재기를 꿈꾸며 강릉 등에서 자활근로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수입은 모두 술을 마시는데 낭비, 목돈을 모으지 못했다.

    그는 2008년 5월 수원으로 옮겨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잡고 자활근로를 시작, 이번에 저축왕 상까지 받게 됐다.

    강씨는 20살의 아들도 있지만, 연락이 끊긴 지 15년이 넘었다. 형제들 역시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강씨의 꿈은 농촌으로 돌아가 조용히 영농을 하며 사는 것이다.

    "돈을 좀 더 모아 시골에 작은 집이라도 사서 조용하게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는 이번 자활근로가 노숙인 신세를 벗어나 제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 여생이 정말 비참할 것 같습니다. 재기하기 위해 노력한 지난 2년6개월이라는 세월도 아깝기도 하고요. 다시 노숙인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강씨는 지금도 지하철 역사 등에게 생활하는 노숙인들에게 자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잘 나가던 과거에 얽매여 있으면 노숙생활은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자신의 현실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본 뒤 미래를 설계해야 합니다.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는다면 반드시 재기할 수 있습니다."

    강씨 등 11명의 저축왕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5일 오전 경기바이오센터에서 열린다.

    도는 연간 10억여원의 도비를 들여 리-스타트 사업단 등 민간단체, 경기도광역자활센터 등과 함께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근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수원 리-스타트 사업단 관계자는 "일정 기간 자활근로를 한 노숙인들에게 종자돈을 마련하도록 한 뒤 취업 등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