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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나 출산 때문에 휴직하는 것까지는 국가 정책이니까 이해합니다만…, 자기계발, 해외연수 등을 이유로 적고 떠나는 교사들 때문에 학사 일정 차질이 심각합니다.”
경기도 오산의 A초등학교는 올해 들어 벌써 여섯 번째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다.
병가와 출산, 육아로 여성 교원들이 휴직하면서 공백이 생겼지만, 휴직기간이 1년 미만이어서 정규 교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채용된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가 복직하면 계약이 해지돼 학교를 떠나야 한다. 때문에 기간제 교사는 애초에 학교에 대한 애착이나 책임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학생 입장에서는 당연히 실력과 소양이 공인된 정규 교사에게 수업을 듣는 게 훨씬 이득이다.
이 학교 교장은 "학생지도의 책임성과 수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교원의 복지와 출산장려 정책과 맞물려 있어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학부모는 없다"고 말했다.
36학급 규모의 경기도 안양의 B 중학교에도 1년 미만의 휴직을 신청한 정규교사는 11명. 이 빈자리는 마찬가지로 기간제 교사가 채우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출산휴가를 받은 휴직한 정규교사는 7명. 나머지는 중등임용고시를 합격한 뒤 자기계발이나 영어공부를 하겠다며 휴직계를 제출하고 떠난 정규교사의 빈자리다.
◇ 중고교 10명 중 1명꼴 기간제
최근 좀 더 젊은 나이에 해외 연수를 다녀오려는 교사들이 줄을 이어 휴직계를 내면서 이처럼 기간제 교사의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교육당욱의 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사다. 심하게는 학교 교사 정원의 1/3 가량을 기간제 교사가 맡고 있는 곳도 있다.
기간제 교사 지원자가 줄어드는 2학기가 되면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 품귀 현상까지 보여 일부 초등학교는 전문강사를 단기 채용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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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유독 경기도가 심하다.
17일 경기도교육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비정규직(기간제.시간제) 교사는 2008년 7천259명(초등 1천565명, 중등 5천694명)에서 2009년 9천50명(초등 1천610명, 중등 7천440명)으로 1천791명이 늘어났다.
올해도 이미 8월말까지 7천315명(초등 1천823명, 중등 5천492명)을 채용했다.
2008년과 2009년 수치가 채용 연인원을 단순 합산한 것이고 2010년 수치는 2회 이상 채용하면 1명으로 계산한 것이어서 실제 증가 추세는 더 가파르다.
특히 중등교원의 경우 법정정원이 4만4천480명이나 76.7% 3만4천90명만 확보돼 1천800명(특수교사 제외)을 정원 외 기간제로 충원했다.
도교육청은 내년까지 정원 외 기간제만 3천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교육의 질 저하 우려
무분별한 기간제 채용으로 교육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되면서 휴직을 제외한 학교. 학생 증가분만이라도 정규교사로 충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도의회 최창의 교육의원은 "처우 등 여건상 책임 있고 소신 있는 교육을 어렵게 하고 연수와 자기개발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수요자인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전반적인 교육 여건을 퇴보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추는 것이 교육여건 개선 차원에서 당연한 논리이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늘리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