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살려달라는데..." 사다리차로 여성3명 구출
  • 22일 오후 2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5층 건물 화재 사건 현장에서 한 시민의 몸을 던진 구조 노력 덕분에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 건물은 이날 오후 4시53분께 3층 부동산컨설팅회사 사무실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불길에 휩싸였다.

    3층 사무실 창문 안쪽에서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 3명이 유독성 연기를 참는 게 견디기 어려운 듯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 밑에서 이 광경을 올려다본 시민 100여명은 안타까운 탄식만 연방 내뱉을 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이윽고 소방차가 도착해 소방관 수십명이 구조용 사다리차를 주변에 설치하고 소방호스를 물탱크에 연결하는 등 본격적인 진화작업을 위한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아직 구조에는 나서지 못했다.

    3층 창문 근처의 여성들은 연기를 많이 들이마셨는지 얼굴이 흙빛으로 바뀌는 등 구조가 늦어지면 자칫 인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그때 검은 정장에 와이셔츠 차림을 한 키 180㎝ 정도의 건장한 남성이 막 설치가 끝난 구조용 사다리를 타고 3층까지 올라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여성들을 한명 한명 구조했다.

    아무런 안전조치도 하지 않아 구조과정에서 자신도 추락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음에도 창문 근처로 긴급 대피한 여성 3명을 모두 구조할 때까지 사다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 남성은 온몸을 던져 3명의 목숨을 구하는 과정에서 연기를 많이 마신 탓인지 구조작업이 끝나고서 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구조현장을 지켜본 회사원 신정모(29.여)씨는 "불이 꺼지기 전이어서 매우 위험해 보였는데 장비 하나 없이 맨손으로 사람을 구하는 모습에 너무 놀랐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빨리 낫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31세 한동희씨 "동료들이 살려달라는데..." 사다리차 뛰어올라

    "회사 동료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22일 오후 4시 53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5층 건물 3층 부동산컨설팅회사 사무실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3층 사무실 창문으로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 3명이 유독 가스를 참으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괴로운 표정으로 손짓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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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들의 얼굴은 연기를 많이 들이 마셨는지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건물 아래에 있던 시민들은 안타까운 탄식만 내뱉을 뿐이었다. 몇 분 뒤 소방차들이 도착해 소방관들이 사다리차를 건물 3층에 대고 소방호스를 준비하는 사이 와이셔츠 차림의 키 180㎝쯤 되는 건장한 남성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망치로 3층 유리창을 깼다.
    이 회사 직원 한동희(31)씨였다. 한씨는 "건물 안에서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소용 없었고 건물 아래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돌을 던졌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소방차가 출동해 불 끌 준비를 했지만 동료들이 죽어가는데 잠시도 기다릴 틈이 없어 무작정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갔다"고 했다.
    한씨는 깨진 유리창으로 여직원 3명을 한 명 한 명 구출해 사다리를 태워 내려보냈다. 그는 3명이 다 구조될 때까지 사다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3명을 구하는 과정에서 그도 연기를 많이 마신 탓인지 심한 기침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씨는 화재가 진압된 후에도 연기에 그을린 얼굴로 동료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다니며 무사한지 확인하고 위로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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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병원에서 기자와 만난 한씨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불로 28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이 중 김모(49)씨 등 3명이 숨졌다. 불은 320㎡ 사무실 중 80여㎡를 태우고 20여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숨진 김씨가 건물 3층 부동산 컨설팅 업체에 들어가 몸에 시너를 붓고 불을 붙였다는 목격자들 진술에 따라 방화로 불이 났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이혼한 전처의 직장을 찾아가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