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올렸던 글 묶어 책 출간해…한국의 자연·사람 담아
  • ▲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그동안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모아 책
    ▲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그동안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모아 책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를 출간했다. ⓒ중앙북스 제공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그동안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모아 책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를 출간했다.

    지난 17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열린 출간 기념회에 들어서는 스티븐슨 대사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제가 조금 늦었어요, 이렇게 많이 와주셔 감사합니다."라며 유창한 한국어로 기자단에게 인사하는 그녀의 모습에 접견실은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사실 그녀와 한국의 인연은 특별하다. 1975년 그녀는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때 생긴 이름이 바로 심은경이다.
    "한국에 처음 대사로 돌아 왔을 땐 제 한국 이름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충남 예산중학교 직원 명부에 있던 이름을 한국인들이 다시 찾아낸 거에요. 사실 이 이름은 평화봉사단원 중 한 분이 지어주신겁니다."
    스티븐슨 대사는 1975년 충남 예산에서 평화봉사단으로 일하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고 1977년 외교관 시험에 합격해 외교관이 됐다. 그리고 2008년 9월 대사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
    다시 찾은 한국에서 더 많은 이야기로 한국인과 소통하기 위해 찾은 방법인 인터넷 카페 'cafe USA'와 블로그 '심은경의 한국이야기'에 꾸준히 올린 글을 묶은 책이 바로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 다. 처음 글을 쓴 계기에 대해 그녀는 한국인과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싶었다 밝혔다.
    "언론을 통해 제 얼굴이 알려지면서 한국인들이 저를 많이 알아보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셨어요.  또 제가 키가 좀 크고 하다 보니 더 눈에 띄었겠죠? 하하.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소감이나 한국의 변화 모습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녀는 주로 주말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하지만 아직까지 서툰 한글 타자 실력으로 처음에는 영문으로 글을 작성하고 이를 한국 대사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우리말로 번역해 올린다.
    "댓글은 다 읽고 있어요, 덕분에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는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댓글은 역사적 사건들 특히 한국 전쟁이나 민주화 운동에 대해 달린 글이에요. 사실 제 글에 회의적이거나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전 어떤 의견도 환영합니다."
    블로그의 글 소재는 다양하다. 그녀는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나가 다른 지방을 방문한 이야기,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 느낀 감정, 여행 사진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적 명소나 사건 등 한국에 대한 다채로운 감상을 전한다. 얼마 전 그녀는 전남 담양, 증도를 자전거를 타고 여행했다.
    "정말 너무 아름답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김치 담그기 같은 재미있는 경험도 했습니다. 이 여행기도 '가을여행'이란 제목으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이밖에도 그녀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 노무현·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등 한국에서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마다 글을 올린다고 말한다.
    "제가 미국 대사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사는 한 사람으로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제 느낌을 표현하는 거죠."
    캐슬린 스티븐슨 대사는 지난 10월 미국 외교관으로는 두 번째로 높은 '경력공사'에 임명됐다. 그녀에게 한국에서 이룬 가장 큰 성과에 대해 질문했다. 

    "아마 비자 면제 프로그램(WWP)이 가장 큰 성과일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아직 이루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변하는 한국을 따라가는 것이 감정적으로나 지적으로 끊임없는 도전이지만 그래도 한국에 대해 더 알아 나갈 겁니다. 왜 이런 말이 있죠?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정말 그것을 사랑하라는, 이런 마음으로 한국에 있는 동한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