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총리 연정 심각한 타격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정적인 지안프랑코 피니 하원의장 측 각료 4명을 비롯한 총 5명의 각료가 15일 사임했다.

    이에 따라 잇따른 성추문과 권력남용 혐의 등으로 강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연정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 등이 보도했다.

    이날 사임한 각료 중 안드레아 론치 유럽문제 장관, 아돌포 우르소 경제개발부 부장관과 2명의 차관 등 4명은 피니 의장이 이끄는 `이탈리아 미래와 자유(FLI)' 그룹 소속이다.

    주세페 마리아 리나 교통부 차관도 피니 의장 계열은 아니지만,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반란'에 연대의사를 표시하며 사임했다.

    피니 의장은 지난 2008년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함께 집권 자유국민당(PDL)을 공동 설립한 동지였다가, 지난 7월 결별 후 `미래와 자유' 그룹을 결성하고 지금은 최대의 정적이 됐다.

    일부 각료가 철수한 것만으로 자동적으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연정이 붕괴하지는 않지만, 연정 붕괴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우르소 경제개발부 차관은 사임 발표 직전 뉴스채널 SkyTG24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부, 새로운 여당, 새로운 개혁 어젠다를 제안한다"며 "베를루스코니는 마치 벙커 같은 자신의 궁전 속에 구덩이를 파고 숨어 있다"고 비난했다.

    피니 하원의장은 지난 7일과 11일 두 차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고, 중도연합(UDC)을 끌어들여 새 연정을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에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13일 상ㆍ하원 의장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정부에 대한 신임 투표를 양원에서 실시하기를 원한다며 승부수를 던졌으나, 피니 의장은 이날 소속 각료들의 내각 철수로 응수했다.

    피니 의장이 이끄는 `미래와 자유' 대변인 이탈로 보치노는 일간지 라 스탐파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베를루스코니를 배제하고 새로운 국민통합 정부를 구성해야 하며, 새 연정에는 중도좌파 야당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치노 대변인은 "우리는 선입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야당을 바라봐야 하며, 새 국민통합 정부를 설립해야 한다"며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새 국민통합 정부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피니 의장도 이날 "이탈리아의 지배계급은 존엄성과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책임감을 망각했다"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주요 정치세력들은 의회에서 2011년 예산안을 통과시킨 후 신임 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예산안은 오는 16일 하원에 상정되며,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상원에서 최종 승인 절차를 밟게 된다.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로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다른 연정을 구성하거나, 새로운 총리를 중심으로 과도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 피니 의장의 지원을 받는 중도좌파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치 전문가들은 시기가 언제든 조기 총선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최근 17살 짜리 댄서와의 성추문이 공개된 후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지난 13일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가 이끄는 자유국민당은 26.5%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중도좌파 민주당은 24.2%로 2위를 차지했고, 현정부의 동맹세력인 북부연맹은 11.8%, 피니 의장의 미래와 자유 그룹은 8.1%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