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 칼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 경제전문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의 기적’을 주제로 비중 있는 기사를 실었다.

    두 매체의 영향력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은 세계적이라는 점이나 한국 정부가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G20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 같은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다루었다는 데서 한국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타임은 '아시아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기적'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기적적 성장을 칭찬했다.

    "30년 전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멕시코보다 가난했다"면서 이후 1인당 국내총생산이 말레이시아나 멕시코의 두 배를 웃도는 1만7,000 달러로 급증했고 올해 예상 GDP 성장률이 6%에 이를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타임은 한국이 지난 10년간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자기혁신을 단행해 "또다시 아시아의 기적이 됐다"며 한국은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디자인과 최신 기술을 접목해 세계시장에 자체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타임지는 실례로 삼성과 LG전자의 LCD 텔레비전 시장 지배, 4G 휴대전화 기술 선도, 현대자동차의 약진, 온라인 게임 및 대중음악과 같은 신(新)산업 성장동력 부상 등을 꼽았다.

    타임은 또 한국이 정치적으로도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G20 서울 정상회의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한국은 차세대 글로벌 리더"라고 추켜세웠다. 한국인이 다양성과 외부의 영향을 적극 받아들이는 동시에 과거의 편견을 극복하면서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던 장벽들을 무너뜨렸다고도 평가했다.

    그러나 타임은 한국의 체제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라며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여전히 외국의 영향을 경계하고 직장에서 여성에 차별적이다"라고 비판했다. 타임은 복잡한 기업 규제와 경직된 교육시스템, 북한의 위협 등이 한국의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한국은 도전에 맞서온 나라"였다면서 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자에 “한국의 기적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특집판 저널리포트를 통해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한국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며 한국이 50년 전에 겪은 가난과 굶주립에서 벗어나 세계에서 15번째 규모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지금까지의 성공을 이룬 경제 전략은 이제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것이라며 이는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여성 고용을 늘리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라 관료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며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에 따른 승진을 보장하고 이민자들에게 보다 많은 문을 열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맥주 가격까지 결정하는 경제에 대한 아주 시시콜콜한 관리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남성주의 개선과 관련해 ‘룸살롱’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하루 일과가 끝난 뒤 벌어지는 음주문화가 여성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며 젊은 접대 여성이 술을 따르고 대화를 나누는 소위 룸살롱의 성업이 여성들에게 비즈니스와 네트워킹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두 특집기사의 전체 흐름은 한국이 그 동안 기적을 일구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기에 이른 것은 대단하지만 ‘아직 한국이 갈 길은 멀다’라는 상당히 매서운 충고다.

    타임의 낙관적 전망에도 한국이 도전을 잘 극복할 경우란 단서가 숨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비판과 지적은 거의 모두 맞다. 달리 말하면 헛바람 빼고 제 앞가림 제대로 할 줄 알라는 경고다.

    정부와 기업은 두 특집기사에 숨은 비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주변 상황 변화도 아랑곳않고 정쟁에 몰두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곱씹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