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훈 장애우권익문제연 인권센터팀장네티즌듯 비난 봇물...김씨 "인권위에 제소도 가능"
  • 배우 신세경과 소녀시대 수영 등 평소 친분이 두터운 연예인 다수가 지난달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전 농구코치 박승일씨를 방문해 찍은 사진이 유포되면서 이들이 자신들의 홍보 목적으로 박 전 코치를 이용하고 있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 ▲ 자신 역시 알비노증을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면서도 장애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김태훈 인권센터팀장.  ⓒ 뉴데일리
    ▲ 자신 역시 알비노증을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면서도 장애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김태훈 인권센터팀장. ⓒ 뉴데일리

    이와 관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부산지소에서 활동 중인 김태훈 인권센터팀장은 8일 오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된 일부 연예인들의 '인증샷' 해프닝과 관련 "이들 연예인의 경우는 그런 의도로 보이지 않지만, 장애우와의 접촉이나 봉사 장면을 기록으로 남겨 자신의 홍보로 활용하는 유명인사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예전에 정동영 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대선 후보에 출마했을 때 한 장애우 시설에 가서 중증 장애우들을 목욕시키는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당시 자신이 소외계층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홍보에 활용한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당시 정 후보의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 사이엔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 두 가지 시선으로 평가가 엇갈렸는데 솔직히 특정 장애우가 벌거벗은 모습으로 9시 뉴스에 등장한 것 자체가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일었던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장애우들이 이같은 유명인사들의 홍보 행위에 이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면서 "법 조항을 살펴보면  직접 차별, 간접 차별,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에 의한 차별, 그리고 광고에 의한 차별 이렇게 4가지 차별로 장애인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돼 있다"고 소개했다.

    김 팀장은 "중요한 것은 과연 해당 장애인이 자신에게 유명인이 찾아올 경우 '내가 너와 사진을 찍는 게 좋다'는 동의를 했는지, 아니면 보호자나 가족에게 양해를 구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만일 이같은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생략됐다면 충분히 진정을 낼 만한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또 "설령 의도는 좋았다하더라도 인터넷에 관련 사진을 올리거나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할 경우 장애우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갈 수도 있는 만큼 본인 스스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 논란의 대상이 된 신세경과 수영의 인증샷. 그러나 박승일 전 코치는 이들의 사진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수영이는 새 녹음 작업 때문에 바쁜데도 약속 지키러 와줬고 세경이도 부산에서 영화촬영중에 짬을 내 와줬다"며 이들의 선행을 오해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글을 직접 카페에 올렸다.  ⓒ 인터넷 카페 '박승일과 함께 하는 ALS'
    ▲ 논란의 대상이 된 신세경과 수영의 인증샷. 그러나 박승일 전 코치는 이들의 사진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수영이는 새 녹음 작업 때문에 바쁜데도 약속 지키러 와줬고 세경이도 부산에서 영화촬영중에 짬을 내 와줬다"며 이들의 선행을 오해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글을 직접 카페에 올렸다. ⓒ 인터넷 카페 '박승일과 함께 하는 ALS'

    김 팀장은 "현재 법규상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어겼다 하더라도 이것이 고소·고발 사유는 안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만한 사안은 된다"면서 "진정을 넣는 것은 장애우 당사자나 관계자, 혹은 제3자도 진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만일 진정서가 접수되면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에서 조사에 들어가 가해자에게 조정이나 각하 등의 시정을 권고하는 공고가 내려지게 된다"며 "인권위의 공고 이후에도 개선의 여지가 안보일 경우 해당 사건은 법원으로 넘겨지게 되는데 법원에서 내려지는 시정 명령 마저 거부할 시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정해진 법적 프로세스는 이와 같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효된 이후로 법원의 시정 명령 단계까지 온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면서 "과정도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걸려 대부분 장애우들이 중도 포기를 하고 만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 팀장은 "인권위 산하가 아닌, 별도의 기구를 둬서 직접 시정 명령을 내릴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지만 장애인에 관한 부분은 돈과 인력이 많이 들어가 실질적으로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엄연한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