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 중심 번화가에 있는 오래된 산 카를로 코르소 성당 몇계단 아래 지하실에 이번주 새로 문을 연 술집은 맥주값이 싸고 종업원들은 수다스러우며 1960년대 모타운 음악이 흐르고 있지만 여느 술집과는 전혀 다르다.

    우선 주인이 가톨릭 사제이고, 실내 사방 벽에는 종교적 글귀가 씌어있고, 둥근 천장의 방들 한 곳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이 걸려 있다. 술집 이름마저 '요한 바오로 2세'다.

    이 술집은 그냥 이색적으로 꾸미기만 한 술집이 아니다. 가톨릭 교회가 로마 중심가 밤거리에 몰려드는 젊은이들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사업 `우리 가운데 계시는 주(Jesus in the Center)'의 일환이다.

    술집 주인인 마우리지오 미릴리 신부는 "로마의 젊은이들에게 소통하고 마시되 건전하고 멋지게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생각"에서 이 술집을 열었다며 "중요한 것은 이곳에선 취하도록 마셔선 안된다는 규칙이다. 즐기자고 미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미릴리 신부 뒤쪽 바 위의 표지판엔 성경에 나온 예수의 말씀인 "한 잔 주시오(Give me a drink)"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두려워하지 말라 (Be not afraid)", 그리고 아기예수의 성녀 테레사의 "모든 것이 은총이다(Everything is grace)" 등이 적혀 있다.

    '요한 바오로 2세'에선 보드카는 제공되지 않지만 맥주는 코로나가 한병에 3유로(4달러), 하이네켄 2.5유로 등으로 주위의 많은 술집보다 훨씬 싸다.

    그러나 개점 당일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인 가운데 독일에서 온 한 손님은 교황청 라디오방송을 통해 이 술집을 알았으나 간판이 없어 찾기 어려웠다면서 "이곳이 괜찮기는 하지만 아일랜드 선술집이 나은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