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렁이 한 마리가 러시아 크렘린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러시아를 방문한 독일 대통령을 환영하는 크렘린궁 만찬에 참석했던 러시아의 한 주지사가 자신에게 제공된 만찬 음식에서 지렁이가 나왔다고 폭로하면서다.

    14일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크렘린궁 알렉산드로프 홀에서 열린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 환영 만찬에 참석했던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주(州) 주지사 드미트리 젤레닌이 이튿날 자신의 트위터 미니 블로그에 문제의 글을 올렸다.

    젤레닌 주지사는 글에서 "알렉산드로프 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쇠고기에 곁들인 야채 샐러드에서 지렁이가 나왔다"고 폭로했다. 글과 함께 야채 샐러드가 담긴 접시 위를 기어가는 지렁이 사진도 함께 올렸다.
    블로거들이 이 글과 사진을 급속히 퍼나르며 파문이 커지자 젤레닌은 얼마 뒤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의 화살을 피하지는 못했다.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세르게이 프리호디코는 13일 "내 소관 사항은 아니지만 젤레닌 지사의 폭로는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난하면서 "대통령의 주지사 해임 사유 항목에 '우둔함에 따른 해임'을 추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러시아에서는 대통령이 주지사와 시장 등 지방정부 수장에 대한 임면권을 갖고 있다. 최근 크렘린궁과 갈등을 겪던 유리 루쉬코프 전 모스크바 시장도 '신뢰 상실'을 이유로 메드베데프 대통령에 의해 해임당했다.

    크렘린궁의 식사와 연회 등을 책임지는 총무처 공보관 빅토르 흐레코프도 14일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보통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웨이터를 불러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조용히 치우게 하는 것이 예의"라며 젤레닌을 비난했다.

    흐레코프는 이어 "젤레닌의 음식에 지렁이가 아닌 얇게 썬 베이컨이 들어 있었을 수 있다"며 "언론에 공개된 사진을 철저히 분석해 만일 지렁이가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젤레닌을 무고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나 "의심이 가긴 하지만 문제가 제기된 만큼 크렘린에 공급되는 모든 야채를 철저히 검사하고 야채 샐러드 조리 과정을 전면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