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화해 무드 "단합해야 다음 정권 탄탄대로"MB, 직접 자신 옆 자리에 박 전 대표 자리 배치 지시MB-한나라 의원들 만찬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
  •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성공과 18대 국회의 성공을 위하여 건배하겠습니다. 이 뜻을 담아 건배!"

    1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한 청와대 만찬에서 나온 건배사다. 이 건배사의 주인공은 박근혜 전 대표.

  •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청와대 만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청와대 만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사회를 본 김학용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예정에 없던 건배사를 부탁하자 잠시 당황스러워 하던 박 전 대표는 "길게 말씀드리지 않아도 우리 마음을 서로 아니까"라며 이같이 건배사를 했다. 이날 만찬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역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이었다.

    지난 8월 21일 두 사람의 비공개 회동 뒤 친이-친박 두 진영은 급속히 가까워지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당시 회동에서도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며 지금껏 회동 중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양 진영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런 양 진영의 화해 기류를 반영하듯 이날 만남에서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헤드테이블에는 이 대통령 옆자리에 박 전 대표를 배치해 예우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런 자리 배치는 이 대통령이 전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장에서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를 보자 악수를 청했고, 박 전 대표도 "안녕하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이 대통령은 "잘 있으셨죠"라며 웃었다.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한 자리였던 점을 감안해도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친이-친박 양 진영의 벽을 더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벌써부터 여권 내에선 박 전 대표의 이날 건배사로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가 실질적인 화합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도 "고맙습니다. 따지고 보면 여러분과 나 사이에 긴 이야기가 필요 없을 것 같다"며 박 전 대표와 같은 인사말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결국 이 정권이 성공한다는 것은 이명박의 성공이 아니고 한나라당 정권의 성공이고, 이것은 다음을 기약하는 큰 밑바탕이 될 수 있다"며 "우리가 그렇게 해야만 대한민국이 진정한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청와대 만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날 만찬은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15분 가량 진행됐고, 만찬에는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나경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김형오 전 국회의장, 홍사덕 의원 등 소속 의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40여일만에 다시 만난 MB-박근혜 화기애애..."단합해야 다음정권 탄탄대로"
    MB "마지막까지 최선 다하자"..."당신!" 외치자 "멋져!" 한나라 의원들 화답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한 청와대 만찬의 키워드는 '화합'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 정권이 성공한다고 하는 것은 이명박의 성공이 아니고 결국 한나라당 정권의 성공"이라며 "이것은 다음을 기약하는 큰 밑바탕이 될 수 있다"며 협력을 당부했다. 또 이 대통령은 "나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요즘 한나라당이 단합된 모습으로서 특히 서민을 위하는 전략을 현장에서 아주 잘 체감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것을 보며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 기틀 위에 다음 정권은 탄탄대로 위에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의원들을 격려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 하는 등 각별한 예우를 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21일 청와대 회동 이후 40여일만에 다시 만났다.
    만찬장 헤드테이블에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안상수 대표,김무성 원내대표,김형오 전 국회의장,정의화 국회부의장,정두언 · 나경원 최고위원,홍사덕 ·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고흥길 정책위의장,김영선 전 대표가 함께했다.

    관례에 따르면 대통령 양 옆자리는 일반적으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앉게 돼 있으나 박 전 대표를 배려해 자리를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에 앞서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이 대통령이 "당신(당당하고 신나고)"이라고 건배를 제의하자, 의원들이 "멋져(멋지고 가끔은 져주는)"라며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따지고 보면 여러분과 나 사이 긴 얘기가 필요 없다"면서 "이심전심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에 대해 긴 설명이 필요없는 그러한 관계"라며 여당 의원들과의 돈독함을 강조했다.

    국정현안에 대한 언급도 오갔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후반기 국정운영 핵심 기조인 '공정한 사회'와 관련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이것(공정한 사회)이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하고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된다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갑과 을이 대등한 관계에 있을 때 시장경제가 성립되는 것이지 언제든지 납품업자를 끊어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는 (공정한 시장경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기국회와 관련해선 "이제 앞으로 예산국회가 있는데 여기에서도 여러분이 당당하게 집권 여당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면서 성공적인 의회활동이 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안상수 대표는 인사말에서 "최근 당정청 소통이 아주 잘 되고 있다. 역시 소통이 잘되니까 대통령의 인기도 국정수행 지지도가 50%를 넘어갔다"고 화답했다. 또 "우리나라 국운과 국격을 한층 더 상승시키는 중요한 회의"라며 "G20 정상회의가 마칠 때까지 여야가 모든 정쟁을 중단하고 힘을 모아주실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의원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만찬은 중식으로 차려졌다. 또 테이블마다 막걸리 잔이 여러 순배 돌아가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이 쓴 '전문가들이 본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중도실용을 말하다'란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최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