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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 칼럼>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나름 입맛 날 밥상을 내놓았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오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결과가 보고되었는데 긍정평가가 50.9%, 부정평가가 43.1%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주요한 시기 때마다 하는 국정평가에서 그 동안은 긍정평가가 40%대였는데 이번에 50%를 넘긴 것이 중요한 의미인 것 같다"면서 "8.15 경축사 이후 공정사회와 대·중소기업 상생 등 국정운영기조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왔다"고 보충설명을 덧붙였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청와대 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옮겨 실어 일반 국민들에겐 언뜻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일만 했다. 일부 언론과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자화자찬에 빠진 청와대를 비판했지만 청와대는 입을 다물었다.
네티즌들의 쓴 소리가 빗발친 것은 당연했다. '물가 폭탄' '수도권 물폭탄'으로 추석 민심이 결코 평온할 리 없는데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믿으라니 고개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이번 조사가 지난 2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리서치>와 <리서치 앤 리서치(R&R)>가 전화조사를 실시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p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응답률을 밝히지 않은 것을 미심쩍게 보고 있다.
7월초 한 언론사가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6.6%, ‘대통령이 일을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2.3%로 나타났는데 이때 응답률은 16.8%였다. 1,000명중 응답자 168명의 46.6%인 72명이 잘 한다고 응답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결과를 갖고 대표성이나 신뢰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청와대 여론조사 결과의 응답률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이보다 높게 나타났다 해도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 공정사회와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누구나 공감하는 정책방향을 잡고 동분서주하는 대통령에게 냉소를 유발할 소지가 컸다. 자칫 대통령으로 하여금 민심을 오판하거나 자만에 빠지게 할 위험도 없지 않다.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을 위해 좋은 보고거리를 찾아 내놓았겠지만 겉으로만 먹음직해 보이지 득 될 게 없는 밥상을 차린 셈이다.
이런 종류의 지지도 조사결과는 무차별적 정치공세 속에서도 소신을 갖고 국정을 수행하고 있는 이 대통령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청와대 참모진은 깨달을 필요가 있다. 차라리 여론조사 결과의 함정을 설명하고 높은 지지도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는 게 대통령을 돕는 일이다. 대통령이 짜증낼 것을 겁낸다면 진정한 참모 역할을 할 수 없다.
<방민준 /뉴데일리 부사장,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