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레헴 전쟁기념비서 오류 발견...“고쳐달라” 호소주미대사관-백악관까지 나서서 9개월만에 바로잡아
  • 미국의 한 소도시 전쟁기념비에 새겨진 잘못된 태극기가 21년 만에 한 시민에 의해 바로잡혔다. 해당 시의 시장과 백악관, 주미 한국대사관, 뉴욕 총영사관까지 나선 9개월에 걸친 ‘태극기 바로세우기’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동부의 베스레헴시. 서울시설공단에 근무하는 이성준씨는 지난해 8월 3일 가족과 함께 이 도시에 있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세트장을 찾았다.

  • ▲ 거꾸로 서있던 태극기ⓒ이성준씨 블로그 캡처
    ▲ 거꾸로 서있던 태극기ⓒ이성준씨 블로그 캡처
    마침 촬영장 옆에 있던 전쟁기념비에 눈이 간 이 씨는 그곳 철제 조형물에 그려진 태극기가 거꾸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전쟁 기념비는 1989년 5월에 제작된 것이었다.
    “세상에, 태극기가 21년이나 거꾸로 서 있었다니...”
    이씨는 귀국한 뒤 베스레헴 시장에게 “태극기가 잘못 세워졌다는 편지와 함께 태극기의 바른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냈다.
    또 한국의 외교통상부에도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반응은 외교부에서 먼저 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13일 이씨에게 “주미 대사관에 알려 시정하게 하겠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그리고 3일 뒤인 16일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이씨에게 이메
  • ▲ 지난 5월 공사를 마치고 바로 잡힌 태극기 모습ⓒ이성준씨 블로그 캡처
    ▲ 지난 5월 공사를 마치고 바로 잡힌 태극기 모습ⓒ이성준씨 블로그 캡처

    일을 보내왔다.
    “베스레헴시의 담당자를 찾아 ‘거꾸로 선 태극기’를 알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27일엔 “베스레헴시의 담당자가 ‘조형물을 제작한 회사를 찾았지만 20년 전 일이라 찾을 수 없었다’며 ‘예산을 반영해 고치겠다’고 알려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잘못된 태극기에 대한 관심은 미국의 베스레헴시 역시 높았다.
    10월 29일 베스레헴시 담당자는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문제의 공사를 한 회사를 찾았다”고 말려왔다. 함께 “베스레헴을 찾는 한국인이 많지 않아 지금까지 잘못된 것을 몰랐다”고 사과하고 “늦게나마 잘못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며 이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씨는 답답했다. 당장이라도 고쳐질 것 같았던 ‘거꾸로 된 태극기’에 대한 소식이 없자 11월 5일 미 백악관 정책제안게시판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18일 방한 예정이니 꼭 그 전에 고쳐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백악관의 회신은 빨랐다. 이틀 뒤 이씨는 “건의사항을 처리하겠다”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을 받는다.  
    마침내 12월 5일 뉴욕 총영사관은 이씨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베스레헴시에서 태극기 교정작업에 착수했고 공사비 견적까지 받았다. 하지만 시 예산 사정상 내년에 착공할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공사를 마치겠다는 베들레헴시 측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5일 미 대사관은 이씨에게 선명한 태극기 사진을 한 장 보내줬다. 태극기를 바로잡는 공사를 마쳤으며 베스레헴시의 시장과 관계 직원들이 열성적으로 협조해줬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기존 존형물의 수정이 쉽지 않아 새로 태극기 만들어 조성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한 시민의 애국심이 21년간 잘못됐던 대한민국의 상징을 바로세운 것이다.

    지난 24일 이 소식을 트위터로 세상에 알린 김철균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오류를 끈질긴 노력으로 바로잡은 이성준씨의 태극기에 대한 사랑이 놀랍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