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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3가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최모(44)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께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 지하철 종로3가역 출입구에서 건장한 사내 두 명이 황급히 뛰쳐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둘 중 한 명은 속이 꽉 찬 스포츠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이윽고 한 20대 청년이 뒤따라 달려오더니 "강도야! 저놈 잡아라"하고 외쳤다.
금은방이 밀집한 이곳은 평소에도 속칭 '네다바이'라는 귀금속 날치기가 빈발하는 탓에 이 지역 상인들은 '강도', '날치기'란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최씨는 고함을 듣자마자 돈 가방을 든 남자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주변 귀금속 점에서도 사장 네 명이 뛰어나와 합세했다.
돈 가방을 든 사내는 골목으로 도망쳐봤지만 채 50m도 못 가서 이곳 지리를 속속들이 아는 금은방 사장들에게 붙잡혔다.
최씨 등은 이 남자를 인근 소방서로 끌고 가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서울 혜화경찰서 경찰관이 돈 가방을 열어보니 현금 1억4천200여만원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금은방 추격대'가 체포한 진모(42)씨를 추궁해 달아난 공범 배모(44)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추적해 19일 오후 10시께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배씨를 체포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지하철 신당역 부근 길거리에서 중국 국적의 금은방 종업원 C(28)씨가 거래처에서 돈을 받아 가방에 넣는 것을 목격하고 종로3가역까지 따라가 C씨를 폭행하고 돈 가방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운동 선후배 사이로 한때 태권도 도장에서 사범으로 일했으나 수천만원의 도박 빚 때문에 직장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먼저 붙잡힌 진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하고 배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최씨 등 금은방 주인 5명에게는 20일 감사장과 보상금을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발벗고 나서 강도를 잡아 준 시민에게 정말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경찰과 시민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